우리 학교에는 울창하게 자란 700그루 넘는 나무가 넓은 부지에 있다. 이 중에는 무궁화, 개나리, 목련, 벚나무같이 누구나 알 만한 나무가 많다. 하지만 철쭉과 진달래처럼 생각보다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나무도 있다. 이 밖에도 예쁘고 멋진 나무가 교정에 가득한데 요즘 학생들은 나무 이름을 거의 모른다. ‘이름을 부르게 하자!’

검색도 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전체 수종과 이름을 두 달여 동안 조사했다. 그리고 박태기나무, 홍매화, 화살나무, 배롱나무 등 필자가 학생회 대표들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군데군데 예쁜 이름표를 붙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한 김춘수 시인의 ‘꽃’과 나무가 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름을 불러준 나무마다 꽃이 흐뭇해하며 더 흐드러지게 피었다. 교정만 넓은 게 아니라 우리 학교는 규모도 큰 편이어서 다양한 업무를 맡은 교직원이 모두 100명을 넘는다. 교사를 호칭할 때는 당연히 ‘OOO 선생님’이라고 한다. 교사 이외의 직원은 어떻게 부를까? 직책대로 ‘OO실장님’ ‘OO부장님’ ‘영양사님’ 등 그 직함으로 부른다.

그런데 일반 직원에 대한 호칭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원로 교사의 졸업한 제자가 우리 학교에서 직장 동료가 된 경우였다. 후배 교사는 OOO 선생님으로 부르는데 후배 직원은 OOO 씨라고 부르는 등 호칭이 불분명했다. 더 난감한 것은 교내 식당의 조리원이나 청소를 도와주는 분, 경비근무자에 대한 호칭이었다. 아저씨, 아줌마로 불렀거나 더러는 아예 호칭도 없이 ‘저기요’로 부르는 것 같았다.

한 달간 회의도 하고 의견을 모았다. 행정직원은 선생님으로, 식당 조리원은 여사님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용역회사에서 파견 나온 경비실 근무자의 호칭을 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 완성된 날 필자는 전 교직원 회의에서 선언하고 협조를 구했다.

“학교 내에서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습관이 교육입니다. ‘저기요’ ‘OO씨’는 우리 학교에는 이제 없는 호칭입니다. 행정직원에게도 ‘OOO 선생님’ 그리고 각각 임무에 맞게 ‘경비반장님’ ‘여사님’ ‘실무사님’ ‘지킴이선생님’으로 부릅시다. 교장부터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존중하는 호칭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든다. 호칭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도 가늠하게 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될 수 있도록 예쁘게 그의 이름을 불러주면 좋을 것이다. 꽃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