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볼썽사나운 둔촌주공 조합의 '성과급 잔치'
“공사 중단 이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조합장이 1300만원이나 챙겨가는 게 말이 됩니까.”(둔촌주공 조합원 A씨)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와중에 조합 집행부 임원들이 지난달 거액의 성과급을 챙긴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조합원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사퇴한 김현철 전 둔촌주공 조합장은 월급 650만원에 2분기 성과급 650만원을 더해 지난달에만 1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이사, 기술이사, 재무이사 등은 각각 월급 460만원과 성과급 460만원을 더해 인당 920만원을 챙겼다. 사무국장은 월급 430만원과 성과급 430만원으로 860만원을 받았다. 조합 집행부 9명의 한 달 식비로는 160만원이 쓰였다. 이번 명세서에 공개되지 않은 조합 임원의 업무추진비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게 조합원의 설명이다.

사실 재건축조합 임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울 지역 주요 재건축 조합장은 대체로 월 5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재건축 임원들이 받는 보수가 적정한지를 두고 일부 사업지에선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둔촌주공 성과급 문제는 다른 사업지와는 차이가 있다. 누가 봐도 이 사업장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사업장은 공정률 52%인 상태로 100일 넘게 방치돼 있다. 사업 주체인 조합 집행부가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김 전 조합장은 이미 자진 사퇴했고 다른 임원에 대해서도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은 다음달 23일까지 사업비 대출금 7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하게 된다. 연대보증인인 시공단은 지난 26일 “대위변제 후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최악의 경우 경매로 갈 수 있다는 최후통첩과 다름없다. 파산을 앞둔 조합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셈이다. 조합 임원의 월급 명세서가 외부에 알려지자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파면 팔수록 국내 정비사업의 민낯을 속속 보여준다. 공사비만 증액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여겼던 6000여 명의 조합원은 마감재, 쪽(지분투자)상가 등의 이권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마추어 조합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기대 수조원짜리 사업을 진행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둔촌주공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