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0%대 성장률 쇼크’는 한국 경제에 닥쳐올 험난한 시련을 예고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4% 성장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다. 상반기 성장률은 2.5%로 올해 목표치인 5.5%는커녕 4%대 성장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쏟아졌다.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25.3%에 달한 우리로선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판이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한다. 이미 지난 5, 6월 두 달 연속 대중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28년간 이어온 흑자 기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대중 무역 균열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다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를 유지했지만, 최근 기술력 향상으로 자체 부품 조달과 완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자동차부품 배터리 등 우리가 우위였던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졌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맹추격 중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예전 같은 구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갈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공급망 충격이 상시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요국 중심의 다자간 무역협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출선 및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업계와 긴밀한 소통 속에 해외 자원개발을 늘리고 핵심 기술 국산화도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경상흑자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역 규모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중국과 맞먹는 경제 규모를 가진 유럽연합(EU)과 원전, 방위산업, 반도체 분야 협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절실해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의존도만 심해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아울러 기업들이 과감한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도록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등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