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화물연대 파업 끝났지만 기업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화물연대 총파업은 끝났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 몫으로 남았습니다. 피해를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종결 소식에도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15일부터 중단된 화물 물류가 일부 재개됐지만 산업 현장은 여전히 파업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동안의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을 뿐 아니라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길도 사실상 원천 차단됐기 때문이다. .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 거부를 시작한 지 8일 만에 국토교통부와의 다섯 번째 교섭에서 ‘안전운임제 지속적 추진 및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하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

국토부 역시 입장문을 내고 물류 기능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민간 업체들은 지워졌다. 오히려 국토부는 화물연대로부터 민·형사 책임면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피해 책임조차 따질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경우 다른 산업과 달리 물류가 한 번 중단되면 다시 재가동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특수성이 있다”며 “추가 공사 비용,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등 모든 손실을 떠안은 상황에서 책임조차 물을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시장 혼란으로 인한 간접 피해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 자재 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1주일 이상 물류가 끊기면서 원자재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한 현장 사이에서는 수요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멘트와 레미콘의 경우 재고가 쌓인 생산업체들이 오히려 감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업 장기화를 우려했던 업계는 이젠 물량 확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은 다시 시행사, 시공사, 하도급사 그리고 최종 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

기업들도 미봉에 그친 이번 파업 사태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파업 초기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울 때만 해도 ‘이번엔 다르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하는 미봉책으로 사태가 마무리된 데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계가 이날 파업 철회를 반기면서도 “대화와 토론보다 집단행동을 앞세운 이번 사태는 절차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원칙 없는 정치적 타협에 기업들만 또다시 볼모로 남겨졌다는 현장의 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