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1.3억짜리 셀프훈장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자신과 김정숙 여사가 받게 될 무궁화 대훈장(국내 최고 훈장) 영예수여안을 의결했다. 셀프 수여 논란에도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이 받게 될 훈장은 금 190돈에 각종 보석을 치장해 세트당 제작비용이 6000만원(두 세트에 1억 3647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안중근 의사 등에게 수여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제작비(172만원)와 비교하면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비용보다 더 논란을 자초한 것은 청와대의 억지 해명이었다. 상훈법 제10조엔 “무궁화 대훈장은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 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수여 대상을 밝혔을 뿐, 반드시 줘야 하는 강행 규정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전직 대통령 11명 모두에게 수여해온 관례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측도 이렇게 설명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상훈법에 따른 법률 집행 사항”이라며 “법 규정을 무시하고 스스로 받지 말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훈장을 받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화를 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의 평소 강조점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식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겠다”고 했다. 이 말 그대로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 수훈을 사양했으면 오히려 박수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한 같은 자리에서 셀프 훈장 수여도 함께 의결했다.

이런 정권이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예산 33억원을 “혈세 잔치”라고 비판하니, 국민의힘이 “생트집”이라고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이 예산은 대선 전인 작년 9월 행정안전부가 이미 잡아놓은 것이다.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 안타깝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