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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호 경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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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바타> 속 '우주 침략기업'이 현실로? 일론 머스크의 소름돋는 큰 그림 [커버스토리]

    영화 <아바타>는 민간 우주 기업이 한 행성을 침략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지구는 에너지자원이 고갈되며 위기를 맞고 있었죠. 이 기업은 단순한 우주 탐사나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채굴,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획득과 주주 배당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나비족의 삶과 생태계는 그들의 고려 사항에는 없었습니다.영화 첫 편이 나온 지 17년이 흐른 지금, 민간 우주 기업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 및 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증시에 상장(기업공개)될 예정입니다.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이 넘습니다. 그 돈으로 지구인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지구 저궤도를 수천 개의 통신위성으로 뒤덮고, 더 나아가 소행성의 광물을 캐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근대 식민지 개발 경쟁 때처럼 우주가 미지의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7000기가 넘습니다. 이들 위성이 줄지어 날아가며 발하는 빛은 한 편의 ‘우주 쇼’입니다. 하지만 위성이 많아질수록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도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우주를 주인 없는 ‘무주공산’으로 놔두었다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우주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요?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기상위성, 군사통신까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독차지하는 것은 ‘우주

    2026.06.01 09:02
  • [커버스토리] 국가에서 민간으로…막 오른 '뉴스페이스' 시대…문명의 무한 확장, 기술자본의 독점은 경계해야

    지금은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시대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던 국가 주도 우주 개발의 무게중심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주 개발이 국가 안보와 체제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우주는 통신·데이터·자원·국방이 맞물린 거대한 산업 무대로 변모하고 있죠.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의 전략’에서 ‘시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뉴스페이스는 시대의 요구우주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진영이 붕괴하면서 군사적 목적의 우주 개발이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 투입도 크게 줄었죠. NASA의 한 해 예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4 회계연도에 272억 달러이던 NASA의 예산은 올해 244억 달러(약 36조7200억원)로 감소했어요. 발사체 한 번 쏘는 데 2조원 넘게 드는 걸 고려하면 이는 많은 돈이 아닙니다. 당연히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더 필요해졌습니다.정부 조직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 정신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17년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로 우주선 발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90% 이상 줄었죠. 나아가 1단 로켓과 2단 우주선 전체를 완전 재사용하는 기술, 우주를 오가는 여객기라 할 수 있는 스타십 개발에도 노력 중입니다. 지난 4월 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무려 45년 만에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는데요, 뉴스페이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우주산업 생태계 폭발시킬 계

    2026.06.01 09:00
  • 삼성전자 이익 300조, 대체 이 돈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커버스토리]

    올해 나라 밖 최대 뉴스가 미국·이란 전쟁이라면,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회사 노동조합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회사가 이익을 많이 낸다면 직원들에게 임금 외에 특별 성과급을 풍성하게 주는 게 맞겠죠. 그런데 이익 규모가 한 해에 무려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노조가 이익의 15% 지급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노조는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도 폐지해야 한다고 회사를 압박했습니다.문제는 금액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협력 업체 직원과 일반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오는 21일로 예고된 파업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노조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회사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삼성전자의 1·2차 협력사만 1700개가 넘습니다. 이들 업체는 성과급은커녕 일감 부족으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수출이 수백억 달러 줄고, 정부의 세수도 수십조원 감소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고객사 신뢰 하락, 거래선 이탈, 공급망 재편 압력에 따른 피해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죠.이번 논란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핵심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정당한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그러나 기업 활동에는 노동자도 중요한 축으로 참여하고, 협력업체와 공급망, 정부의 각종 지원 역시

    2026.05.18 09:01
  • "적자 날땐 남 탓, 흑자 나면 내 몫?"…삼성전자 파업으로 본 '조별과제 잔혹사' [커버스토리]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순수 경제 연구 측면에서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게티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의 200여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본·소득비율(Capital to Income Ratio)이 장기적으로 높아져 왔다고 2013년 발간한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자본의 축적이 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이를 두고 자본가의 부(富)가 훨씬 크게 늘어났다며 ‘부의 불평등’ 심화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낮아진 노동소득분배율국내총생산은 크게 임금·성과급 등 근로자 몫인 노동소득, 이윤·배당·이자 등으로 주주 및 자본가들에게 돌아가는 자본소득으로 나뉩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선진국 전반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져 왔습니다. 이유로는 △기술 진보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 대체 △글로벌화로 인한 노동 협상력 약화 △노조 조직률 하락 등이 꼽힙니다.올해 삼성전자의 이익이 300조원까지 늘어날 경우 주주 배당액은 60조~70조원에 달할 전망인데, 직원 성과급은 제한되는 구조라면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하지만 이는 한쪽 측면만 본 겁니다. 반도체는 대표적 자본집약적인 산업이어서 수십조 원의 설비투자를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런 자본 투입이 경기가 나빠질 땐 고스란히 손실로 누적됩니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된 2023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냈어요. 그런데도 그해 회사는 81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호황기의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큰 것은 이런 위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큽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2026.05.18 09:00
  • "내 용돈, 은행에만 두기 아까운데.." 한국인이 사랑하는 '2배 ETF'의 함정 [커버스토리]

    여러분, 상장지수펀드(ETF)라고 들어보셨죠? 우리 말보다는 ETF란 용어가 익숙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이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소액이라도 금융투자 경험을 쌓아두면 이후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ETF란 용어 자체에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 하나하나를 개별종목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들 종목 여러 개를 자산으로 보유해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상품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OOO200’으로 이름 붙은 ETF는 대개 코스피시장 대표 종목 200개에 투자한 것을 말합니다. 개별종목보다 변동성이 낮아 훨씬 안전한 데다 개별종목처럼 사고팔면 되기 때문에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ETF 시장 규모는 대개 순자산(NAV) 총액으로 표시합니다. 이는 상장된 ETF들이 보유하고 있는 실제 주식의 가치를 모두 더한 것입니다. 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ETF가 등장한 이후, ETF 시장이 100조원대로 커지는 데 21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200조원을 뚫더니 올 1월엔 300조원, 4월엔 4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ETF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과 금액이 급속도로 늘어나니까 ETF가 사들이는 주식 자산 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거죠. 지난해 국내 ETF 시장은 약 71% 성장해 같은 기간 글로벌 ETF 시장(31%)보다 2배 이상 빠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국내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2000억원대로, 작년(5조4910억원)의 3배 이상입니다. 이는 코스피시장 개별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29조3000억원대)의 약 60%에 해당합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10개 종목을 산다면 그중 6개는 ETF란 얘기죠.이어지는 3면에서는 국

    2026.05.04 09:01
  • [커버스토리] 간접투자 확산 퇴직연금 가세로 'ETF 신바람'…시장 이기려 하기보다 '오래 머무는 법' 배워야

    국내 ETF 시장은 작년부터 성장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원인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초호황을 이어가는 국내 증시의 영향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4월 초 2280대에서 시작해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6600을 넘기며 거의 3배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었고, ETF로도 수요가 몰린 겁니다. 둘째는 개별 주식 직접투자에서 ETF를 포함한 간접투자로 사람들의 투자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입니다. 주식시장은 투자자 수와 금액이 늘어나면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ETF는 상대적으로 간접투자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개별 주식보다 낮습니다.개별 주식보다 위험 낮은 ETF셋째는 퇴직연금의 가세입니다.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로 오르자, 안정적 노후 자산 형성을 목표로 하던 퇴직연금 가입자도 수익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약정이율형과 같은 안전자산이 아닌 실적배당형 상품, 특히 ETF에 투자를 늘린 거죠. 2022년 11%대이던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25%대로 급증했습니다. 퇴직연금 내 ETF 투자액도 전체의 47%에 달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말 500조원을 넘긴 점도 호재입니다. 연금 납입액으로 ETF를 저축하듯 꾸준히 매입하는 구조여서, 결과적으로 시장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사의 역량이 커져 코스피지수 등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지향하는 액티브(active) ETF가 다양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방산·원전·항공우주 등 테마별로 자산을 구성해 투자자를 많이 유치했습니다.ETF 거래 90%가 레버리지로국내 ETF 시장이 발전하는 것은 좋은데,

    2026.05.04 09:00
  • "내 인스타, 국가가 압수한다고?" 📱청소년 SNS 금지법, 보호일까 감시일까요 [커버스토리]

    지금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가려져 있지만, 뜨거운 논쟁을 예고한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규제하고, 한다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올 초 국회에서 관련 규제의 국내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게 계기였죠.청소년 SNS 금지는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부모가 동의하더라도 이용이 불가능하며, 이를 위반하는 플랫폼 기업엔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18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죠. 이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유럽 국가들도 초강수 대응에 나섰습니다.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호주처럼 ‘법적 차단’을 시도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만 1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SNS 금지법을 전면 시행합니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총리가 나서 금지 결정을 밝혔고, 영국은 호주 모델을 본뜬 규제 시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세계 각국이 이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 움직이는 이유가 뭘까요? 호주 사례가 촉매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나 가정 내 단속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SNS가 단순 중독을 넘어 청소년의 뇌 발달과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은 없습니다. 지난 3월 중순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3%는 “청소년 SNS 금지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여론

    2026.04.20 09:01
  • [커버스토리] 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침해 사이 딜레마…국가가 '디지털 부모' 역할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동아일보 여론조사와 2024년 정부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해성과 중독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중순 국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26.9%에 이르는 사람들이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당사자인 많은 청소년이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적지 않은 국민이 금지법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를 중시하기에 이런 다른 견해와 철학을 가지게 될까요?“과잉 금지 아닌가요?”반대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하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들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 역시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의 비중이 커진 요즘, 이를 ‘디지털 시민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입니다.이는 기본권 보호를 중시하는 ‘고전적 자유주의(Libertarianism)’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개인에게 조언할 수는 있어도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선택이 당사자에게 다소 해로울 수 있더라도

    2026.04.20 09:00
  • 스마트폰부터 치약, 옷까지 전부 석유라고? '석유경제'의 소름돋는 진실[커버스토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은 자동차 휘발유 가격에 그치지 않습니다. 쓰레기종량제봉투, 배달·포장 용기 같은 석유화학제품은 물론, 기저귀·통조림 등 생활필수품까지 사재기 현상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전쟁터 한가운데 선 듯합니다.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원유 정제 후 얻는 나프타(naphtha)는 합성수지의 원료로,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 필수품인 수액백(輸液 bag)과 의약품 용기 생산도 불가능해집니다.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죠. 비행기 연료인 항공유 가격도 전쟁 여파로 한 달 새 100% 이상 급등했습니다. 항공사들은 일부 노선 운항을 취소하기 시작했어요. 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석유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보여줍니다.생글생글은 지난 3월 2일 자(제932호) 커버스토리로 ‘전기(電氣) 국가’를 다뤘습니다. 그동안은 석유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전기에너지의 공급 주도권을 쥔 나라가 부상할 것이란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는 다시 석유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석유 경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고, 지금 세계는 어떻게 석유로 얽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과연 화석연료에 기반한 세계경제가 새로운 에너지에 길을 내어줄까요?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19~20세기 세계사를 움직인 동력석유 없는 현대인의 삶, 가능할까?현대인은 온종일 석유 경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깨어나면서 집어 드는 스마트폰 자체가 석유화학제품 덩어리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

    2026.04.06 09:02
  • 스마트폰부터 햄버거 포장지까지, 우리의 24시간은 '석유'로 만들어졌어요 [커버스토리]

    현대인은 온종일 석유 경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깨어나면서 집어 드는 스마트폰 자체가 석유화학제품 덩어리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케이스, 에폭시수지 원료의 내부 회로기판, 폴리머 필름으로 덮인 화면…. 욕실도 유화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계면활성제 원료의 비누, 나일론으로 만든 칫솔모, 폴리에틸렌 원료의 치약 튜브, 샴푸와 린스 용기 등이 모두 석유에서 나옵니다. 입는 것, 신는 것도 그렇습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 석유 기반의 합성섬유는 요즘 의류 원단의 60%를 차지합니다. 신발 밑창의 고무(합성고무), 방수 재킷의 코팅 소재도 모두 석유화학제품입니다.석유는 ‘문명의 뼈대’먹고 마시는 것도 석유와 연관돼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암모니아 합성의 질소비료는 그 원료가 천연가스 또는 석유입니다. 농약과 제초제도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지고 트랙터 등 농기계는 경유로 움직입니다. 식품 포장재는 폴리에틸렌 등이 원료이고, 합성 의약품의 원료도 석유화학 계통에서 나옵니다. 교통과 물류는 두말할 나위 없죠. 전 세계 수송 에너지의 약 90% 이상을 석유가 담당합니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문명의 언어’이자 ‘현대문명의 뼈대’입니다.석유 경제의 황금기와 도전현대 석유산업은 고래기름을 대체할 등유를 확보하는 데에서 시작됐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고래가 남획되면서 등불을 피울 연료가 모자랐습니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주 땅을 파고 들어간 시추공이 검은 액체를 쏟아냈는데, 그게 석유였습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일대는 ‘오일 러시’의 현

    2026.04.06 09:01
  • 전기차만 타면 석유 시대는 끝날까? '플라스틱 문명'이 맞닥뜨린 거대한 숙제[커버스토리]

    지난달 말 정부는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의 수출을 향후 5개월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석유는 수입하지만,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는 국내 생산량의 11%가량을 수출합니다. ‘원유 정제능력 세계 5위’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죠. 이 수출제한 조치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석유의 정제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산업의 쌀’ 수출국, 한국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뽑을 때 함께 나오는 투명한 액체입니다. 이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 등 기초 유분을 얻을 수 있죠. 기초 유분은 플라스틱·섬유·의약품 등의 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져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됩니다.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PP)과 아크릴로 가공돼 섬유와 용기, 가전제품의 원료로 쓰입니다. 부타디엔은 합성고무, 벤젠은 합성섬유의 원료입니다. 이처럼 나프타는 ‘산업의 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물량 통제를 하는 겁니다.메이저·OPEC의 ‘석유 정치’다음으로 국제원유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을 알아야 석유 경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석유메이저’라 불리는 거대 석유 자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있습니다. 석유메이저는 다른 말로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라고 합니다. 20세기 이후 세계 석유 생산의 85% 이상을 지배해온 석유 대기업이 엑슨모빌·셸·BP·토탈에너지·셰브론 등 7개로 압축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석유 시추에서 수송·정

    2026.04.06 09:00
  • '좋은' 투자 vs '나쁜' 투기…그 미묘한 경계선[커버스토리]

    얼마 전만 해도 국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똑같이 뜨거웠습니다. 단기간에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죠. 그런데 부동산엔 ‘투기’ 딱지가 붙었고, 주식엔 ‘투자’란 설명이 당연시됐어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그런 뉘앙스가 진하게 풍겼습니다. 집, 땅, 주식 등 자산의 보유 목적과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자산이란 점에선 비슷하죠. 그럼에도 하나는 투기로 매도당하고, 다른 하나는 투자로 대우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최근 뉴욕 증시에선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 투자가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돈 먹는 하마다” “투기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실적으로 확인되면 건강한 투자이고,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면 투기라고 빈축을 사는 게 맞을까요? 이는 명백한 ‘결과론의 함정’인데, 현실에선 그런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인간은 주류경제학이 전제하는 ‘합리적 존재’와는 거리가 멉니다. 자신이 투자라고 여겨도 투기일 수 있고, 투기라고 낙인찍혀도 나중에 투자로 판명날 수 있습니다.투자와 투기를 나눌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찾기 힘듭니다. 경제학자들도 경계가 모호하고 교집합이 넓은 영역이라고 봅니다. 과연 투자와 투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자산 내재가치 살피는 게 투자의 본질 근거 없는 기대는 투기·거품 키우죠 상식으로 보면 투자는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고, 투기는 오를 것 같은 감(感)에 의존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물론 단순하지 않습니다

    2026.03.30 09:01
  • [커버스토리] 사람은 이론과 달리 늘 합리적이진 않죠…인간의 탐욕, 사회의 광기가 투기 부채질

    이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주류경제학은 오랫동안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 즉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가정해왔습니다.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갖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며, 일관된 선호를 유지하고,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겁니다. 투자의 맥락에서 이런 인간은 자산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고,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감정의 개입 없이 매매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심리적 편향도 투기의 원인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1950년대에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은 최적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지능력의 한계 안에서 ‘충분히 괜찮은 답’을 찾는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결정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판단 당시엔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 봐야 합니다. 이게 현실의 인간입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가 만들어내는 틈 사이에 존재합니다.행동경제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고, 과거의 자산 가격 움직임 등 패턴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군중심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행동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등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밝히는 바입니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 중엔 과잉확신(overconfidence bias)도 있습니다. ‘나는 특별하다’는 착각이 투기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70% 이상이 자신이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있다고

    2026.03.30 09:00
  • [커버스토리] 자산 내재가치 살피는 게 투자의 본질…근거 없는 기대는 투기·거품 키우죠

    상식으로 보면 투자는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고, 투기는 오를 것 같은 감(感)에 의존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물론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년 전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주택시장의 장기적 수급 상황을 따졌고, 입지와 학군도 확인했습니다. 이후 아파트 가격이 2배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투자일까요? 아니면 투기일까요? 이와 달리 기업 분석도 하지 않고 “다들 사니까 오르겠지…”라며 주식을 산 사람은 수익률을 떠나 투자자일까요? 투기자일까요? ‘포모’는 투기의 발단자산의 종류로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잘한 투자냐 아니냐’는 투자 결과도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태도, 그리고 의사결정의 근거입니다. 어떤 기업의 가치가 몇 년 후 어떠한 이유로 높아질 것이란 확신과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은 투자입니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데 매수 대열에 동참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끼던 사람이 투자에 나선다면 그것은 투기에 가깝습니다. 흔히 말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은 대개 투기를 부릅니다. 투기의 본질은 무지(無知)가 아니라 근거 없는 기대입니다. 그런 기대가 집단으로 확산·전염될 때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경제학으로 본 투자·투기이번엔 경제학의 ‘언어’로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투자(Investment)는 미래의 생산능력이나 수익을 늘리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당장의 필요에 맞추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예비하고 사용하는 것이어서 거시경제 측면에선 바람직할 때가 있습니다. 투기(Speculation)는

    2026.03.30 09:00
  • [커버스토리] 더 확장하는 K-컬처…더 강해지는 소프트파워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은 군 복무로 흩어졌던 K-팝 스타가 돌아왔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되면서 서울의 문화적 위상과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펼쳐진 무대는 서울이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세계성을 아우르는 도시임을 각인시켰죠. 앞서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상을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영예의 아카데미상 2관왕에 오르는 쾌거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중동에선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우크라이나에선 총성이 아직 멎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전쟁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hard power) 대결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에 K-컬처는 지구촌의 갈등을 집어삼키는 용광로가 되고 있습니다. 소프트파워(soft power)야말로 세계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인공지능(AI) 시대엔 기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나 강제적 기능 사용 같은 문제가 있다면 세계인은 그 AI 모델과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신뢰 또한 소프트파워의 영역입니다. 소프트파워가 무엇이고, AI 시대에 소프트파워가 왜 더 중요해지는지,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어떤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성장과 국가경쟁력, 하드파워만으론 부족'신뢰' 중요한 AI시대에 소프트파워 급부상소프트파워(soft power)란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1990년대부터 주창해온 개념입니다. 그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만으로는 21세기의 국제정치

    2026.03.23 09:01
  • [커버스토리] "한국은 작지만 매력적인 문화강국"…역사·콘텐츠·투자 잇는 가치사슬 중요

    지난 21일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에 전 세계 BTS 팬 아미(ARMY)가 총결집했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 숙박 시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감됐고, 관람권 추첨에 수백만 명의 팬이 몰렸어요. 공연장 주변에서 노숙도 불사하겠다며 “서울로, 서울로”를 외친 아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 자체가 새 문화 코드이번 공연은 지구촌의 군사 대결, 국제 제재, 진영 블록화 등과는 정반대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소통·공존·평화의 메시지를 세계 곳곳에 발신했죠. 글로벌 분쟁이 격화할수록 ‘비 군사적인 국제 영향력’은 가치를 더합니다. 한류, 즉 K-컬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BTS의 정규 5집 ‘아리랑’ 발매 직후 열린 이번 공연은 전통 민요에서 얻은 모티프와 현대 팝을 결합한 연출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K-팝이 상업적 목적의 음악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까지 묶어내는 문화 코드라는 사실을 알렸죠. 이는 K-팝 소비에 그치지 않고 한글, 한국 전통문화, 역사 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한국)유입-체류-학습-여행-투자’까지 이어지게 합니다. ‘소프트파워 가치사슬’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연 무대가 된 광화문의 상징성도 큽니다. K-팝의 인기는 우리 정치·역사·문화와 민주주의의 경험이 응축된 공간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이번 공연으로 한국은 국제적 대중문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콘텐츠의 형식, 팬덤의 운영, 라이브 연출, 온·오프라인 결합 등에서 K-컬처 전반이 해외의 벤치마크 대상이 될 수 있

    2026.03.23 09:00
  • [커버스토리] 성장과 국가경쟁력, 하드파워만으론 부족…'신뢰' 중요한 AI시대에 소프트파워 급부상

    소프트파워(soft power)란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1990년대부터 주창해온 개념입니다. 그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만으로는 21세기의 국제정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화와 정치적 가치(민주주의, 인권 등), 대외정책(국제규범 준수, 다자주의 등)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소프트파워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소련의 스탈린은 교황이 사단을 몇 개나 갖고 있느냐고 비웃었지만, 교황청은 오늘도 건재하고 소련은 사라졌다는 사실이 하나의 예화로 소개됩니다. 완력보다 마음 사로잡는 매력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조지프 나이는 ‘권력(power)’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수단으로 △강제(coercion) △보상(payment) △매력·설득(attraction)이 있는데, 세 번째가 바로 소프트파워입니다. 하드파워가 다른 사람의 팔을 비트는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마음을 사로잡는 힘입니다. 결국 소프트파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스스로 원하게 만드는 능력’이고, 소프트파워 강국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방하고 싶어 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소프트파워는 한 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광객 유입을 늘리며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는 실증 연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에든버러대-영국문화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문화원이 진출한 국가 수가 1% 늘어나면 그 나라로 들어오는 FDI가 0.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기구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르한 제비크 등 연구자는 2025년 논문(Guns and Roses: Hard Power, Soft Power and Economic Growth)에서 하

    2026.03.23 09:00
  • [커버스토리] 미-이란 충돌은…석유 길목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새벽 테헤란, 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 도시를 타격하며 전쟁을 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은 친미 성향의 이웃 중동 국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나섰죠. 미국·이란 전쟁은 국제유가 100달러 및 원달러 환율 1500선 위협, 코스피지수 급락 등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올 초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그린란드 편입 시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구촌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전쟁은 이란 핵 개발 저지와 군사적 위협 제거가 명분이라지만, 단순한 안보 충돌 사안이 아닙니다. 석유 자원의 중동 편중이란 지리적 문제에 원인이 있습니다. 이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공간적 패권을 장악하는 싸움으로 번진 겁니다.과거엔 “어디서 생산하든 관계없다. 가장 싼 곳이 정답”이라는 효율성이 지배했습니다. 세계화가 이렇게 진행됐죠. 하지만 서방과 공산권 간 대립이 격화하고 미국·중국의 패권 갈등이 커지면서 “비싸더라도 안전한 공급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산됐습니다. 장소와 지리적 요인, 영토·경로가 중시되는 경제지리(經濟地理)의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지리경제학(또는 경제지리학)으로 풀어본 미국·이란 전쟁의 내면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세계화 퇴조로 이젠 '평평하지 않은 세계' 공간·권력 따져보는 경제지리학 급부상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란 책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미국 언론인

    2026.03.16 09:01
  • [커버스토리] 호르무즈해협은 에너지 안보의 '조임목'…"전쟁 이후 새로운 지리 블록 형성될 것"

    미국·이란 전쟁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자원과 물리적 통로, 글로벌 공급망상의 전략적 요충지가 어떻게 세계경제의 명줄을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전쟁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 경로 옆에 위치한 국가가 달러 패권 질서에서 이탈하려 한 것에 대한 미국의 공간적 패권 유지 전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페트로달러 위협하는 이란그러면 이번 전쟁의 진짜 원인을 경제지리학으로 찾아볼까요? 핵심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리적 공간입니다. 폭이 33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의 석유가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바닷길입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와 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경제지리학은 이런 곳을 조임목(또는 병목, chokepoint)이라고 부릅니다. 전략적 요충지라는 뜻입니다. 이란이 이런 땅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에 엄청난 지경학적 권력을 부여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무기화를 통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에 직접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지리적 레버리지’를 가진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란을 방치하기 어렵습니다.다음으로 중동에선 왜 전쟁이 끊이지 않을까요? 경제지리학자 마이클 와츠의 ‘석유 지대 또는 석유 국가(Petro-state)’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석유는 땅 밑에 그냥 있는 것이고, 누군가 그 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는 막대한 부를 얻습니다. 이 부는 생산이 아닌 위치에서 나옵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매장국입니다. 이것이 이란을 지속적으로 국제정치의 표적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가 핵

    2026.03.16 09:00
  • [커버스토리] 세계화 퇴조로 이젠 '평평하지 않은 세계'…공간·권력 따져보는 경제지리학 급부상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란 책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당시 급격히 불던 세계화의 물결을 이 같은 책 제목으로 표현했습니다. 글로벌 자본이 가장 싼 인건비와 제조 비용을 찾아 지구촌 곳곳을 새 공급망(supply chain)으로 묶어내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지형이 큰 편차 없이 평평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인도의 콜센터 직원이 세계 각국 고객의 불만 사항을 처리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계된 아이폰이 중국 광둥성 공장에서 생산되는 혁명적 변화를 말하는 겁니다. 최저비용보다 지리적 안전성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생산요소와 공장이 ‘어디가 제일 싼가’보다 ‘어디에 있는가’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공급망 속 나라가 우리 편인가” “우리나라와 물리적으로 가까운가”라는 질문도 먼저 합니다.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화의 역설’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가속될수록 ‘반도체 공장은 대만에, 희토류는 중국에, 석유는 중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그런데 전쟁이나 팬데믹, 패권 갈등은 하루아침에 이런 공급망을 붕괴시킵니다.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없앴던 서구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사태 때 방역 마스크 한 장 생산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어요. 마침 세계는 진영 간 갈등과 패권 경쟁으로 대립하고 미국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세계화는 퇴조하기 시작합니다.지금과 같은 각자도생 시대엔 자원과 공급망이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상품성 있는 희토류 공급이 특정 지역(중국)에 집중

    2026.03.16 09:00
  • [커버스토리] AI發 종말론,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모두 약 1%씩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미국의 한 시장분석기업인 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에 주목했습니다. 2년 뒤인 2028년이 되면 인공지능(AI)이 사무직 노동을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 차량공유기업 우버 등이 몰락한다는 예측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AI가 부를 ‘화이트칼라의 종말’ 예언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AI의 인간 노동력 대체, 또는 AI 시대의 ‘노동의 종말’은 생글생글에서도 커버스토리로 다룬 적이 있는 주제입니다.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최근엔 AI 서비스로 인해 소프트웨어 업계가 모두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었죠. 그럼에도 보고서 하나가 어떻게 이런 큰 충격파를 던지고, ‘AI발 종말론’ 얘기까지 퍼졌는지 궁금해집니다.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는 극단적 가정을 더해 결론에 다다릅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칼라의 대량 실업, 그로 인한 소비 급감, 종국에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붕괴와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전망합니다. 겉으로만 경제가 성장하는 ‘유령 국내총생산(GDP)’이란 개념까지 제시했어요. ‘유령 GDP’라고 할 정도의 공급과잉 문제가 경제 전반에서 불거질지, 보고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떠한지,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포심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AI가 만드는 '유령 GDP'…위기 부르나?"수요 부족은 총생산 다시 줄여" 반박도‘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란 제목의 시트리니리서치 보고서는 기업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

    2026.03.09 09:01
  • [커버스토리] AI발 종말론은 미래 대비하라는 경고…'사스포칼립스'는 이미 진행 중인 현실

    전문가들은 시트리니리서치의 AI발 종말론에 대해 “맞다, 틀리다”로 보기보다 “과장됐다” 또는 “경고의 의미다”라고 반응합니다. 보고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인공지능(AI)에 대체돼, 새로운 산업과 직종에서 노동 수요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삼(Sahm)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은 “시트리니리서치 시나리오의 문제는 파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생산적인 쪽이 느리게 작동하더라도 장기 균형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금융위기와 연결한 시각시트리니리서치의 시나리오는 단기 예측이라기보다 AI가 일자리와 소득분배, 금융시스템 등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 조금은 과장되게 드러낸 경고 정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광 속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여기에 인류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지는 거죠.미국 월가가 이 보고서에 주목한 것은 요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월가는 보고서대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진 않겠지만, AI의 파괴적 혁신 및 그에 따른 연쇄효과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글로벌 경제위기의 ‘10년 주기론’이 얘기되곤 하는데, 그런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소득층의 비우량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이 문제였다면 2028년엔 화이트칼라의 우량 대출의 부실화가 문제라고 보고서는 짚습니다. 이런 비교 자체가 경제위기에 대한 평소 공포심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2026.03.09 09:00
  • [커버스토리] AI가 만드는 '유령 GDP'…위기 부르나?, "수요 부족은 총생산 다시 줄여" 반박도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란 제목의 시트리니리서치 보고서는 기업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근로자가 일자리와 소득을 잃고, 순차적으로 소비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잠도 자지 않고 일하고, 건강보험료 비용 부담도 없는 AI 에이전트가 널리 쓰이면 일단 겉으론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납니다. AI가 창출한 부(富)는 그러나 소득과 소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름하여 ‘유령(ghost) GDP’가 되고, 이는 세계경제의 종말적 위기를 몰고 온다고 보고서는 주장합니다. ‘유령 GDP’란 총공급이 총수요보다 많은 ‘공급과잉’ 상황을 말합니다. 이게 과연 정통 경제이론에서 가능한 추론일까요?19세기 공급과잉 논쟁경제학이 학문적 기초를 갖추기 시작한 고전학파 시절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습니다. 이는 19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명제인데요, 이후 ‘세의 법칙(Say’s Law)’으로 불립니다. 경제주체는 생산을 통해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은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가 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로 볼 때 지속적인 공급과잉(General Glut)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역시 19세기 경제학자인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와 토머스 맬서스는 이를 두고 다시 논쟁을 벌였습니다. 리카도는 세의 법칙을 받아들여 “부분적 과잉(특정 산업의 과잉생산)은 있더라도 경제 전체의 일반적 과잉은 없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과잉이 나타나더라도 그로 인해 절감된 비용이 다른 분야의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과잉은 불가능하다는 입

    2026.03.09 09:00
  • [커버스토리] 세계 패권의 향방…'전기국가'에 달렸다

    ‘전기(電氣)국가’(electrostate)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다소 생소할 텐데요, 석유국가(petrostate)라는 용어와 비교해보면 감이 올 겁니다. 바로 에너지와 관련된 얘기입니다.석유국가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인 석유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해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나라를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거머쥔 데는 석유국가의 지배력이 크게 작용했어요. 이젠 전기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전기 먹는 하마’인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전기차·로봇·드론 등 미래 기술 집약체들이 동력원을 전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죠. 모든 게 전기로 움직이는 세상이 되면 세계는 전기국가가 주도하게 될 겁니다.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년 전 “중국이 석유국가(petrostate) 대신 전기국가(electrostate)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이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작년 중국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세계 최초의 전기국가가 됐습니다. 소비만이 아닙니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로 전기를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최강국에 오르고 있어요. 석유국가 대신 전기국가로 바로 직행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얘기를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모든 게 전기로 움직이는 세상이 왔다'일렉트로 스테이트' 패권 경쟁 본격화인류 역사는 에너지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과 활용으로 인류는 고도 정보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게 전기입니다. 전기에너지는 경제의 중추적 요소

    2026.03.02 09:01
  • [커버스토리] 전기국가는 곧 청정에너지 기술 강국…중국 질주하는데, 한국은 더딘 발걸음

    중국이 처음부터 ‘전기국가’ 전략을 세운 건 아닙니다. 미국이란 석유국가 앞에서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전기화(化)를 추진한 게 계기였습니다. 난방 등의 에너지원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에너지 안보 위기를 맞은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시도였죠. 마침 전기자동차, 2차전지 시대가 열리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졌습니다.중국 청정기술, GDP의 10% 차지전기화 기술은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기술로 전기를 생산하고, 2차전지 개발로 전기에너지의 실용성을 높이며, 종국에는 휴머노이드·산업용 로봇, 군사용 드론 등을 구동하는 게 모두 청정기술 기반입니다.전기국가는 청정기술의 개발과 표준을 주도하고 관련 글로벌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나라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청정에너지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습니다. 이 분야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26%에 달합니다. 중국은 단순히 전기를 많이 쓰는 ‘소비자형 전기국가’가 아닙니다. 전기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관련 전기화 기술을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전기에너지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중국을 전기화 기술을 세계에 공급하는 ‘생산자형 전기국가’라고 규정했습니다.“전기차만 만들어서야…”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청정기술 산업은 2024년 기준으로 GDP의 0.9%를 차지했습니다. GDP 비중만 따져도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태양광 분야에선 중국산 제품에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2차

    2026.03.02 09:00
  • [커버스토리] 모든 게 전기로 움직이는 세상이 왔다…'일렉트로 스테이트' 패권 경쟁 본격화

    인류 역사는 에너지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과 활용으로 인류는 고도 정보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게 전기입니다. 전기에너지는 경제의 중추적 요소이자, 지속 성장의 관건이 됐습니다. ‘문명의 혈관’이란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산업혁명은 전기화(化)의 역사산업혁명도 본질적으로는 에너지 혁명이었습니다. 석탄을 때 증기기관을 돌린 1차 산업혁명 때부터 그랬습니다. 2차 산업혁명 이후로는 전기가 반드시 관계됐습니다.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돌리고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게 2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이어 반도체·컴퓨터·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차 혁명(디지털 혁명),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초연결과 지능화를 특징으로 하는 4차 혁명도 전기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특히 4차 산업혁명은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AI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2050년께 1000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2년 전에 나왔습니다. AI가 앞으로 범용인공지능(AGI) 등 인간 두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하면 더욱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먹어 치울 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로봇이나 드론은 물론이고 전기자동차 등 교통과 수송 부문에서 전기화 물결이 거세지고 있습니다.산업용 에너지도 전기로 대체공급 측면을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는 에너지의 원천이란 뜻에서 1차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1차 에너지의 60% 정도는 원래 형태 그대로 교통과 난방, 산업용으로 쓰입니다. 나머지 40%는 전기 생산에 투입됩니다. 석탄·천연가스·중유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

    2026.03.02 09:00
  • 코스피 5000 시대…조명받는 '오너 경영' [커버스토리]

    증권시장은 ‘경제의 거울’입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면 주가지수는 자연히 올라갑니다. 물론 증시는 투자자의 기대를 미리 반영해 실물경제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호전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오르는 거죠. 우리나라 증시의 활황세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나 구조개혁 부진의 문제가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어떤 요소가 이런 기대를 만들까요? 정부의 역량일까요, 아니면 기업의 경쟁력일까요? 두 가지 요소만 놓고 보면 단연 기업이 더 중요합니다.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더 커질 것이라고 믿는 거죠. 지수 3000포인트에 막혔던 우리나라 증시가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에 접어든 것은 바로 한국 기업의 힘에서 비롯됩니다.한국 기업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한국 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업주(owner)가 경영을 진두지휘할 때 가능한 일이죠. 첨단기술 경쟁과 글로벌 시장 각축전이 치열한 지금, 한국식 ‘오너경영’의 장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4·5면에서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 한국식 지배구조의 특징과 변천사 등을 공부해보겠습니다. 지배구조가 기업 미래와 경쟁력 좌우 장기 투자, 신속 결정이 '오천피'시대 열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경제가 건전하

    2026.02.23 09:01
  • '주인 없는 회사가 선진적' 인식은 편견…"정답은 없다", 세계가 K-거버넌스 주목 [커버스토리]

    기업지배구조 개념은 출발 시점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여겼죠.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소유·경영 분리의 이점이 과장됐거나, 20세기 후반 미국의 대기업 지배구조를 일반화한 개념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수준을 넘어섭니다. 경영자나 지배주주가 정보를 독점하고, 외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는 여기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큰 문제입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고 이런 문제가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초고속 성장 신화를 이어가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창업자와 소수 지배주주에게 차등 의결권을 보장하기도 합니다.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오너경영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신화’일 수 있다는 시각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는 이른바 ‘정경유착’을 만들었고, 사익 추구와 내부거래 남용 등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 경영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 경쟁 격화, 초불확실성 시대로 대변되는 환경 변화로 인해 한국 특유의 오너경영이 지닌 강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첫째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임기 안에 성과를 증명해 보이려고 장기투자를 꺼리며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대규모 선제적 투자는 오너 경영자라야 가능합니다. 반도체 불황기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SK하이닉

    2026.02.23 09:00
  • 지배구조가 기업 미래와 경쟁력 좌우…장기 투자, 신속 결정이 '오천피'시대 열어 [커버스토리]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한 중요 요소여서 공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기업을 지배하는가’기업지배구조는 말 그대로 누가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가에 관한 겁니다. 예를 들어 대주주의 지분 구성, 전문경영인의 독립성, 이사회에 대한 감시 장치 등의 제도를 보면 그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를 알 수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는 주주·이사회·채권자·종업원 등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들의 권한을 배분하고 감시·견제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지,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 운명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 지배구조 유형기업지배구조의 유형에는 주주, 이해관계자, 소유주 가족 또는 계열사 중심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 모델(Shareholder Capitalism)’을 봅시다. 주주는 대개 기업의 주가, 수익성, 배당금 규모, 소수주주 의견 존중 등에 민감합니다. 이 모델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발달한 이 모델은 경영진의 성과도 주가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이 때문에 경영진이 단기 실적에 치중하고 장기 투자나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미루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를 ‘주식시장이 통제하는 회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다음으로 독일 등 유럽에 많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Stakeholder Capitalism)’입니다. 이 모델은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채권자·지역사

    2026.02.23 09:00
  • 현실이 된 '노·로 갈등'…현대판 러다이트 시작? [커버스토리]

    ‘노·로 갈등’이란 신조어를 들어보셨나요? 현대자동차가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아틀라스)을 2028년부터 공장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측과 노동조합 간에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로 갈등은 노조와 로봇의 대립을 뜻하는 말입니다. 로봇의 투입은 근로자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로봇 투입은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다 ‘현대판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내 눈길을 끕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로봇을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어느 노동조합이 선언한 것 같다.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AI 로봇이 지치지 않고 일하는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0일 국가창업시대 회의에선 “우리가 어떻게든지 대응해야 되는데, 결국 방법은 창업”이라고 했습니다. 피하기 어려우므로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하고, 실업 위기 대처법으로 창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인공지능(AI)이 따라 하기 어려운 블루칼라 일자리가 인기를 끌었는데, 로봇이 그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요? 기술 발전과 노동운동이 충돌한 과거 역사는 어떤 교훈을 던져줬는지, 우리 사회는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로봇의 일자리 공습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예측 어렵고 현장 판단 중요한 업무만 생존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아틀라스

    2026.02.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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