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인 ‘주식 소수점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난항에 처했다. 공정위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의거해 1년 넘게 준비해온 증권업계의 소수점 거래 중개가 공정거래법상 ‘상호·순환출자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가 소수점 거래로 핵심 계열사 종목을 사들이면 새 출자 고리가 형성된다는 게 공정위의 반대 사유다. 현행 거래·예탁시스템상 거래 가능 최소 단위는 1주여서 고객이 특정 종목을 0.6주 주문하면 증권사가 0.4주를 추가 매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주주 영향력 확대가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의 우려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고사가 생각날 지경이다.

한경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위가 “매수 제한 상장사는 13개 종목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는 듯 해명한 점도 실망스럽다. 예방 조치까지 갖춘 혁신 서비스임에도 ‘규정에 따라 부득이하게 제한했을 뿐’이라는 설명에서 무소불위의 고압적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오도된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몸집을 급격히 불려온 공정위는 기업을 ‘잠재적 범죄조직’으로 상정하고 과잉규제를 남발해 왔다. 오죽하면 다른 부처들로부터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운 담합 관련’ 과징금 부과에 대해 “해운법상 불법행위가 아니다”고 반발했고, 국토교통부는 국적항공사 간 기업결합에 주렁주렁 조건을 단 공정위의 결정을 우려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지배구조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한국은 순환출자 금지를 명문화한 유일한 나라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이 정부 들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을 만들며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왔다. 이제 공정위는 해묵은 대기업 규제를 장악한 뒤 플랫폼 규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전천후 규제 공룡부처’가 되고 말았다.

커진 몸집보다 독선과 불통이 더 큰 문제다. 정부 내 업무평가에서도 공정위는 43개 중앙행정기관 중 거의 모든 항목에서 수년째 꼴찌권이다. 경쟁의 범위가 글로벌화하고 신산업이 폭발하는 시기에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한 협업 일체를 ‘일감몰아주기’ 프레임으로 재단 중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5년 새 공정위의 계열사 부당지원 소송은 거의 대부분 패배로 귀결됐다. 이현령 비현령식이다 보니 웬만한 로펌에는 공정위 출신이 없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공정위는 지금이라도 일체의 기업집단 규제에서 손을 떼고 1980년대 경제기획원 내 공정거래실처럼 경쟁과 소비자정책만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