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탄소배출 감축 등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세계 최고의 한국 원전 생태계와 한국전력 같은 우량 공기업만 ‘쑥대밭’으로 만든 재앙과도 같은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고, 박수받을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인수위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지만 걱정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인수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그대로 유지하되, 그 실행 방안을 원전 중심으로 다시 짜기로 했다. 현 정부가 ‘탈원전·탄소중립’이 병행 가능하다며 국제사회에 ‘공상과학소설’ 수준의 약속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이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대로 가면 정부는 한전 누적 적자 문제 등으로 매년 전기료를 4~6%씩, 2050년이면 지금의 다섯 배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리는 요인이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원전 유턴을 해야 하지만 말만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한울 3·4호기만 하더라도 건설을 재개하려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바꿔야 하고, 이미 5년 시효가 지난 환경영향평가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가동은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난 후에나 가능하다. 실기(失期)하지 않으면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책 운용의 묘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2030년 폐쇄가 예정된 원전 11기의 수명연장 문제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여 다음 선거에서 지면 ‘원전 유턴’ 역시 도루묵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탈원전 종식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글로벌 에너지 대란 대응 목적으로 최근 원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만 지난 5년간 탈원전을 고집하다 인력 유출과 부품업체 도산 등으로 경쟁력을 깎아 먹었다. 그 공백을 메우는 일이 시급하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적극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