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특허로 살펴보는 메타버스의 미래
4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뺨을 어루만지며 남편은 묻는다. “이제 안 아파?” 살던 집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현실 속의 부인 앞에서 남편은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아내와 춤을 추고 숲속을 산책하며 보낸 대화의 시간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슬픔을 흘려보낸다. 메타버스의 실감기술은 이렇게 죽은 자와 산 자를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게 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제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메타버스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플랫폼으로 이미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타인과 소통하며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던 방식에서 이제는 나의 정체성이 반영된 아바타를 통해 업무, 교육, 쇼핑과 같은 일상까지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바꿔 놓을까? 소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메타버스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연구자들의 발자취는 특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주요국의 몇 가지 특허 사례를 살펴보면 미래의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나와 배우자의 DNA 정보를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자녀의 출산과 성장 과정을 미리 경험해 볼 수도 있고(일본), 메타버스 진료실에서 각종 센서를 통해 원격진료를 받고(미국), 사용자와 동일하게 움직이는 아바타를 통해 전문 트레이너에게 운동 강습을 받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한국). 물론 앞서 언급한 고인과의 상호작용을 실현하는 기술 역시 특허를 통해 예측 가능했던 변화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잠재력 있는 특허를 확보해 메타버스로 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기기 1위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특허 40여 건을 확보한 뒤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으며, 애플과 구글 또한 스타트업 기업의 특허를 매입해 메타버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산업계 전반적으로도 메타버스의 실감 콘텐츠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2010년 616건에서 2019년 4782건으로 지난 10년간 8배 증가하며 새로운 시장의 출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산업 분석기관인 이머전리서치에서는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가 2020년 477억달러에서 2028년 8290억달러로 17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로의 진출은 코로나19로 인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필자 역시 궁금하다.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던 모든 상황이 고스란히 가상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면 상상을 실현하게 해주는 기술의 발자취, 특허를 세밀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