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네이비실의 비밀작전
9·11 테러 발생 10년 만인 2011년 5월 2일 새벽. 테러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로 미군 헬기 두 대가 낮게 접근했다. 헬기에는 특수대원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헬기 한 대가 추락하는 돌발 상황을 뚫고 건물 벽을 폭파한 뒤, 저항하던 빈 라덴을 사살했다. 불과 30분 만이었다.

이 작전에 투입된 부대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다. ‘실(SEAL)’은 해상, 공중, 지상(Sea, Air, Land)에서 활동하는 전천후 특수부대라는 뜻이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창설했다. 1942년에 생긴 수중폭파대(UDT)를 뿌리로 삼고 있으니 역사가 80년에 이른다.

네이비실 대원들은 베트남 전쟁에서만 400개 이상의 훈장을 받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1980년대 중남미 그레나다와 파나마 전장에서도 최일선을 누볐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대원 6명이 쿠웨이트 해안에서 적을 기만하는 위장상륙작전을 벌여 이라크군 2개 사단 병력의 발을 묶었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으로 유명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전투에도 이들이 투입됐다.

이 중에서도 최고 정예부대는 데브그루(DevGru) 팀이다. 이들은 주로 백악관이 지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짧은 시간에 빈 라덴을 제거하고 중요한 자료들을 확보해 귀환한 것도 이들이다. 이렇게 뛰어난 기량을 갖추기 위해 요원들은 ‘지옥 주간’ 등의 혹독한 단련 과정을 거친다. 3년 동안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통과해야 실전에 배치된다.

미 육군에도 네이비실 같은 특수부대가 있다. 그린베레, 델타포스, 레인저 등이 대표적이다. 그린베레는 요원들의 녹색 베레모에서 딴 별명이다. 6·25 때도 투입됐다. 델타포스는 인질 구출 등 위험 작전에 특화된 부대, 레인저는 적진에 맨 먼저 침투해 활주로 등 목표지점을 점령하는 검은 베레모 부대다.

우리나라에도 네이비실 같은 특수전전단(UDT/SEAL)이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그 부대다. 미군으로부터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으며, 네이비실의 작전을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 주한미특수전사령부가 네이비실의 국내 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올 들어 7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유사시 북한에 침투해 참수작전(수뇌부 제거)을 벌이는 부대가 바로 네이비실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