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논의 때부터 우려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을 지목해 우선적으로 감독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고용부는 나아가 첨단기술형 범죄나 중범죄에 활용하는 디지털 포렌식의 과학수사 기법까지 동원하겠다고 발표해 우려대로 ‘기소 남발’이 현실화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이 법만큼 경제·산업계에서 크게 논란이 된 법도 없을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데 대한 기업들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추가되는 초강력 처벌법이면서도 책임 소재와 사고 인과관계 규명에서는 모호한 게 많은 것이 치명적 문제점이다. 시행령에서도 이 문제는 그대로 남아 현장 조사자의 과도한 재량이나 월권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현령비현령 기소로, 밉보이거나 속된 말로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산업계 걱정을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오죽하면 국내 외국기업에서도 한국법인 책임자 근무를 기피한다는 조사까지 있겠나.

시행일까지 대비가 잘 안 된다는 산업계 반응은 이 법의 구조적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경이 인사·노무 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이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지켜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67%에 달했다. 이 법의 구조적 문제점 탓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책자까지 냈지만 불명확한 대목이 여전한데도, 보완 대책도 없이 덜컥 시행일을 맞았다.

‘처벌 만능’의 이 법이 이대로 가선 곤란하다. 기소가 쓰나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중소기업 쪽에서 더 큰 현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떻게든 1호 처벌이라도 면해 보자”며 공사현장을 잇달아 멈춰 세우고 있다. ‘집중호우로 지하도가 잠기면 시장도 처벌’이라는 경찰의 수사 가이드북까지 나왔다. 이런 처벌조항 자체도 문제지만, 기업인들은 민관의 차별적 법적용 가능성을 더 두려워한다. 기업들은 고용부 전관(前官) 모시기에 분주하고, ‘중대재해법 대응 해설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판이다. 로펌들은 ‘중대재해 특수’까지 기대한다. 예고된 부작용은 사전에 고쳐야 한다. 압박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닐뿐더러, ‘일단 시행해 보자’는 더욱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