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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기업 앞에선 '고용 유연화' 공약은 '노동 경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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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유튜브에 나와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 유연성 확대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병행하면 노동자들도 동의할 것”이라며 노동계를 설득할 의향도 내비쳤다. 그러던 이 후보가 어제 내놓은 노동공약을 보면, 기업인 앞에서 얘기하던 고용 유연화와는 정반대로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채용단계부터 정규직으로만 뽑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기업의 채용 형태까지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는 게 시장 원리에 맞는지부터 의문이다. 이미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 등에 대해 일정기간·요건이 되면 정규직화하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도 정규직 채용을 강제하겠다는 것은 기업에 더 큰 족쇄를 채우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반면 과잉보호를 받는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 근무형태 다양화 등 노동개혁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안 그래도 정규직 채용에 따른 노동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채용 축소는 물론, 그나마 경력이 일천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경로였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주 4.5일제’ 공약 역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짙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그런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중소기업 경영난과 인력난만 가중시켰다. 강성 귀족노조에 의해 보호받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겐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했을지 몰라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일감 감소로 ‘저녁거리를 걱정하는 삶’이 돼버리지 않았나. 주 4.5일제(또는 주 4일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조차 부정적 견해다. 기업의 부담 능력과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여부 등을 따졌을 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노동개혁 없이 노조와 정규직 기득권만 키워주는 식이면 ‘문재인 정부 시즌2’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주’라며 5년간 120조원의 고용관련 예산을 퍼부었지만 비정규직 역대 최대(806만 명), 풀타임 일자리 185만 개 감소 등 고용참사가 되풀이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후보가 상황에 따라 ‘말 따로, 공약 따로’의 자가당착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세계 5대 강국’ 또한 한낱 구호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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