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中企에 몰려오는 쓰나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한 건 2년 전 이맘때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목숨을 잃은 사람은 6540명(23일 기준)에 이른다. 그동안 겪은 충격은 우리 모두가 목격한 바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시련에 내몰린 건 아무래도 소상공인, 중소기업이다.

식자재를 생산하는 S사가 꼭 이런 경우다. 이 회사가 8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에 냉동식품 공장을 완공한 건 2019년 11월. 두 달 뒤 터진 코로나 사태는 기대에 부풀었던 S사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학교 단체급식용 식자재를 공급하려던 대기업과의 계약부터 틀어졌다. 거래하던 프랜차이즈 납품 물량도 90% 줄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회사 대표는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그마저 부동산 규제에 묶여 막혔다. “어처구니없이 투기꾼 취급을 받았다”는 그는 대부업체를 찾아가 5억원을 빌린 뒤 월 1000만원의 고리(高利)를 물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출 상환 겹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사정도 여전히 심각하다. 장사를 접으려 해도 밀린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폐업신고조차 못 하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 임대료를 내기 위해 택배 등 플랫폼 노동자로 나서는 이 역시 상당수다.

유감스럽게도 시련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갖가지 악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어서다.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중소기업인은 물론 식당 등 자영업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인상했다. 인플레 속도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변수에 따라 연내 1.75%에서 최대 2%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파고는 오는 3월 닥친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이다. 2020년 4월부터 세 차례 연장 조치에 따른 지원 총액은 272조2000억원 규모.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기도 전에 ‘산소호흡기’와도 같은 금융지원이 끊기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약 1700만 개의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주요 경제 주체다. 이런 사정을 살핀다면 네 번째 만기 연장이 필요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지원보다 '규제 비용' 줄여야

무엇보다 치솟은 물가가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지난해 생산자물가지수는 10년 만에 최고치(109.6)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으로선 돈을 거둬들여야 할 처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수십조원 규모의 ‘선거용 돈 풀기’ 공약을 쏟아내는 중이다. 따지고 보면 돈 풀기는 규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 사태에 아랑곳없이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더 몰아넣은 건 정부다. “규제로 묶고 혈세로 막는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규제 비용’이라는 것이다.

폭탄 돌리기처럼 자행되는 ‘표퓰리즘’ 정쟁의 대가는 차기 정부에 값비싼 청구서로 되돌아올 전망이다. 정작 큰 위기는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주저앉기 직전의 낙타 등에 ‘마지막 지푸라기(last straw)’를 얹을지, 짐을 덜어줄지 가늠하게 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