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상을 읽는 나침반 '지식재산'
사람들은 누구나 다가올 세상을 미리 알고 싶어 한다.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잡기 위해,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어 돈을 벌기 위해, 저마다 이유가 있다. 미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식재산을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출시 전에 신청하는 특허와 상표는 기술의 흐름과 비즈니스 전략을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애플카가 2025년에 출시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이미 아이폰을 통해 혁신성을 인정받은 애플이기에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애플카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공개된 애플 특허로, 애플카의 모습을 그려보자. 애플카의 운전자는 전투기 조종사처럼 앞 유리로부터 모든 운행 정보를 확인한다. 다른 차량의 움직임이나 보행자 등 외부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안내하는 자율 내비게이션 기능도 담긴다. 애플카는 운전자의 좌석이 180도 회전된다. 애플카의 에어백은 앞뒤 좌석 중간의 천장에서 아래로 터진다.

작년 5월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는 특이하게 레스토랑 서비스업, 음료수 상표를 미국에 신청했다. 자사가 보유한 전 세계 2만5000개 이상의 충전소를 활용해 외식업에 진출하겠다는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테슬라 자동차를 충전하면서 테슬라 레스토랑에서 테슬라 음료를 마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산업 흐름도 특허를 통해 먼저 읽을 수 있다. 2011년 LCD 분야 특허 신청 건수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넘어서더니, 6년이 지난 2017년에는 매출에서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면서 본격적으로 LCD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특허를 보면, 첨단산업에서 다가올 잠재적 위기 신호와 경쟁 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국제 정세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는 신흥 강국이 나타나면 미국의 견제가 시작된다며, 대표적인 예로 1960년대 소련,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중국을 든다. 특허를 살펴봐도 이런 현상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 최다 특허 신청국이었던 소련이 미국과 충돌하고, 1980년대 특허 신청이 미국의 세 배에 육박했던 일본이 미국과 플라자 합의, 자동차·반도체 협정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미국과 기술을 두고 경쟁 중인 중국의 특허 신청은 2000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2011년 미국을 추월했고, 2020년에는 미국의 2.5배를 넘어섰다(중국 150만 건, 미국 60만 건). 중국의 기술 축적이 미국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례에서 보듯 특허와 상표 정보를 살펴보면 기업 전략부터, 산업 흐름, 국제 정세까지 그려볼 수 있다. 다가올 미래를 알고 싶다면, 또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식재산에 관심을 갖고 깊게 들여다보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