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바이 사막에 핀 꽃 '한국관'
1893년, 조선의 세계 박람회 첫 국가 전시관이 설치됐다.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의 ‘조선관’이다. 고종의 명을 받아 대표단이 참가했다. 코리아(KOREA) 국호로 조선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조선관은 초라했다. ‘장난감 같다’고 평한 현지 언론도 있었다.

2022년 지금, 세계인의 축제 두바이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182일간의 대장정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두바이를 찾았다. 한국관은 화려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사막에 핀 꽃’을 형상화했다. 규모 면에서도 전체 국가관 중 다섯 번째다. 현지 언론은 한국관을 ‘최고 핫플레이스’로 평했다.

한국관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개관 후 3개월도 안 돼 방문객 5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관을 콕 집어 오는 유명 인사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 스웨덴 국왕 등이 한국관을 찾아왔다. 한국 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음식을 맛봤다.

한국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도 높다. 두바이엑스포에서 한국관은 양국 대학생이 함께 일하는 국가관으로 꼽힌다. 현지 대학마다 있는 ‘한류클럽’ 소속 학생들이 한국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한국관 서포터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닷새간은 ‘한국 주간’이다. 엑스포 행사장엔 전통무용, 태권도 등 공연이 펼쳐지고 K팝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익숙한 듯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국 우수상품전에는 바이어와 관람객이 모여 한국 첨단 제품을 체험했다.

엑스포는 현대 문명의 역사와도 같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박람회를 열어 증기기관차를 선보였다. 이후 전화기, 전구, TV 등 수많은 발명품이 전시됐다. 파리의 에펠탑, 시애틀의 스페이스니들 모두 엑스포가 남긴 상징물이다.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로 구분된다. 등록 엑스포는 5년에 한 번씩 6개월간 개최된다. 인정 엑스포는 그사이 3개월간 열린다. 등록 엑스포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비로 국가관을 세운다. 비용 부담, 개최 기간 등을 고려하면 등록 엑스포가 인정 엑스포보다 경제 효과가 훨씬 크다.

한국은 아직 등록 엑스포를 연 경험이 없다.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에서 열린 엑스포는 모두 인정 엑스포다. 부산시가 2030년 한국의 첫 등록 엑스포 유치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인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두바이엑스포의 한국 관련 행사장 곳곳에서 부산을 알리고 있다. 부산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BTS 정국과 지민의 고향이라고 설명하면 반가워한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강한 문화의 힘을 느낀다. 2022년 두바이엑스포에서 2030년 부산의 희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