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北의 '소나기 미사일'
사흘에 한 번꼴이다. 북한은 지난 5일,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을 한 발씩 발사한 데 이어 14일과 17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두 발씩 쏘아 올렸다.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12일간 집중적인 도발이다. 2020년 3월 2, 9, 21, 29일 도발 때보다 간격이 짧아졌고 강도는 더 세졌다.

북한 김정은은 집권 10년간 핵실험을 네 차례 했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은 65회나 쏘았다. 탄도미사일을 한 번 쏘는 데 필요한 비용은 20억~40억원에 이른다. 북한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4.5%였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7년(-6.5%)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연거푸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왜 이럴까. 전문가들이 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북이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외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린 외교 현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둘째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압박 전략’이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의 정권 교체기에 고강도 무력도발로 선수를 친 뒤 차기 정부를 압박하고 대가를 요구해왔다. 2012년 12월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6차 핵실험을 하고 ICBM을 발사했다.

미국은 북한의 최근 도발에 ‘강력 응징’을 천명했다. 미 재무부는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을 특별제재 대상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첫 제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미·일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의 대응은 느슨하기만 하다. 새해 벽두에 쏟아진 ‘소나기 미사일’에도 청와대는 ‘도발’이라는 표현을 애써 피한 채 ‘대화’만 강조했다. 무모한 도발을 계속하는 북이나, 실효성 없는 말풍선만 남발하는 남이나 안쓰럽기 짝이 없다. 옛 병법에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好戰必亡 忘戰必危)’고 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