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탓'만 하는 CJ대한통운 노조
“작년에 주문한 영양제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오준혁 씨(31)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난달 말 구입한 영양제를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 배송 현황을 살펴보니, 금세 의문점이 풀렸다. 택배업체가 CJ대한통운이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2주 넘게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파업 초기만 하더라도 기사들의 노조 가입률이 높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서 오씨의 사례와 같이 배송 기간이 한없이 늦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인터넷 쇼핑객들은 배송이 늦어지면 택배사가 어느 곳인지부터 확인한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이른바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요금 인상분을 빼돌렸다며 파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인상된 요금의 50%를 택배기사에게 수수료 형태로 배분하고 있다. 터미널에 대부분 자동 분류 기계가 설치됐고, 올해부터는 5500명의 분류 지원 인력까지 투입된다.

노조가 비난을 퍼붓는 대상은 CJ대한통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정부·여당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설 연휴 택배 대란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강변했다.

돌이켜보면 택배노조의 ‘남 탓’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으로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노조는 그저 남 탓하기 바빴다.

고인이 노조의 집단 괴롭힘이 죽음의 원인임을 유서에 적시했는데도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이 점주에게 대리점 포기를 강요했다”며 ‘일단 책임을 회피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사망한 대리점장이 거액의 빚이 있는데도 골프를 치러 다녔다”며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노조는 100인 단식 농성(14일)과 전 조합원 서울 차량 상경 투쟁(18일)을 예고했다. 아마 지금과 같이 강경투쟁을 밀어붙이면 회사는 물론 정부·정치권까지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수’가 파업에 불참하는 동료 택배기사나 소비자들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되레 철저히 외면받아 원하는 성과를 끝내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끝없는 남 탓으로 우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택배노조원들은 못 보는 것인가, 안 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