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가 내년도 국방예산에서 신무기 구입과 개발에 쓰는 방위력 개선비 6067억원을 삭감해 논란이 크다. 방위력개선비가 감액된 건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대로 확정된다면 올해보다도 2666억원 줄어든다. 대신 본예산에서 이미 크게 늘린 장병복지 예산은 2158억원 증액했다.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표 계산이 더 중요한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삭감 대상이 피스아이(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 F35 스텔스 전투기 개량 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해 줄 전략무기란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피스아이는 적 전투기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해 지상기지에 보고, 사전 무력화하게 하는 핵심 전력이다. F35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레이더 기지를 타격하는 첨단 전투기다.

문재인 정부는 틈만 나면 ‘안보 중시’를 강조했다지만 과연 그런가 싶다. 지난해와 올해 추경 때 세 차례에 걸쳐 F35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 개량 등 역시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 핵심 방위력 예산 2조3000억원을 잘라 재난지원금 확대 재원으로 돌려 원성을 산 바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장병 복지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방위력 예산이 매번 ‘약방의 감초’처럼 칼질 대상에 오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한은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갈수록 높이는 판이다.

방위력 예산을 살린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민이 군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고성능 무기를 줘도 나라를 지킬 의지가 없다면 고철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우리 군의 안보태세는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는데도 ‘미상의 발사체’라고 되뇌고, 국방부 장관부터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도발’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북한 도발을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 김여정 한마디에 훈련은 쪼그라들었다.

장교가 병사들 눈치나 보고, 주적(主敵)은 북한이 아니라 성추행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군 기강은 추락했다. 평화는 지킬 힘이 있어야 유지된다. 그 힘은 강력한 무기와 엄정한 군기(軍紀)가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두 축 모두 허물어지는 듯하다. 국민 생명은 누가 지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