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의원을 제치고 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경선 과정에서 많은 구설이 있었지만 당원과 유권자들은 이제 막 입문한 정치 신인을 제1야당 대선후보로 선택한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윤 후보가 퇴행하는 정치와 지대추구 세력의 준동을 저지하고 나라를 정상화할 것이란 기대감의 반영일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60% 안팎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치러진 경선 진행 과정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막말과 비방이 난무해 대안세력의 면모를 보이는 데 실패했다. “정권교체를 해내 분열·분노·부패·약탈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윤 후보가 우선 할 일은 실망을 희망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러자면 ‘믿어달라’는 막연한 호소를 넘어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급선무다. 외교 국방 교육 에너지 등 손댈 과제가 수두룩하지만,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역시 민생경제다. 지난 5년의 소득주도성장 실험은 성장·고용·생산·분배 전 분야를 퇴보시키고 말았다. 몇몇 수출 대기업 덕에 버티고 있을 뿐 경제지표는 동반 추락을 거듭 중이다. 작년 기업 매출 증가율(-1.0%)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이 부실해진 경제체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돈 벌어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도 10곳 중 4곳(40.9%)으로 급증했다. 10년 내에 잠재성장률 0%대의 ‘제로 성장’ 시대가 올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방치한 채 친노조 정책으로 일관한 탓에 고용 참사도 한계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고, 청년 4명 중 1명꼴로 사실상 실업 상태다. 정부가 역점을 둔 분배 상황도 개선은커녕 악화일로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자산양극화는 ‘벼락 거지’를 양산하며 서민들을 분노와 절망의 나락으로 이끌고 말았다.

윤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성장엔진 재가동’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한 화두다. 문제는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성장의 회복’을 1호 공약으로 치고 나온 상태다.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투자에 나서겠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반면 윤 후보는 “무분별한 국가주도 산업정책 폐기”를 약속한 바 있다. 소주성과 별 차이 없는 여당 후보 공약의 허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성장엔진 재가동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