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꾸준한 반면 외국인의 한국 투자나 유턴기업이 잘 늘어나지 않는 데는 ‘강성노조 문제’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수년째 겉도는 것도 노조세력의 기득권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잇따른 ‘노동개혁’, ‘노사관계 대혁신’ 주장도 내용을 보면 과도한 노조 편향의 노동 관련 제도를 바로잡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무리한 파업관행 개선을 위한 3대 제언’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소한으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경연이 제안한 과제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불법파업에 엄정한 공권력 대처 등이다.

대체근로만 해도 경영자단체 등이 요구해온 해묵은 과제다. 노조에 파업권이 있다면 사용자 쪽에도 그에 맞설 기본적 대항권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노조 뿌리가 깊은 선진국에도 다 있는 제도다. 미국에선 임금인상·근로조건 개선 차원의 ‘경제적 파업’ 때는 영구적 대체근로까지 가능하고,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파업이어도 파업기간 중에는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파업=사업장 점거’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 한국과 달리 노동 선진국들은 직장점거를 불법으로 간주해 금지한다. ‘주요 업무시설’에 대해서만 점거를 막으면서, 그나마도 위법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 한국과 비교된다. 최근 50여 일간 계속됐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점거 같은 사태가 한국에선 흔한 일이 돼버린 이유다.

‘엄정한 공권력’에 대해 기업은 하고 싶은 말이 가장 많을 것이다. 불법파업까지 공권력이 눈감는 바람에 산업 피해를 넘어 사회적 갈등비용이 계산도 어려울 만큼 커진다. 지난주 대학가에 나붙은 “민폐노총의 눈치 없는 총파업, 불평등 세상을 만든다”는 민주노총 질타 대자보는 비판의 일각이다. 노조에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기는커녕 불법조차 외면해온 정부가 더 문제다.

양대 노조는 이제 약자가 아니다. 근로자를 약자로만 여기는 ‘언더 도그마’ 인식을 떨쳐내고, 커진 덩치에 걸맞은 노조의 책임을 법적·제도적으로 물어야 한다.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 노조 기득권에 막힌 고용창출, 국제규준과 딴판인 노사관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눈으로 냉철히 봐야 한다. 대선주자들부터 한국 노동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