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생 수 감소해도 예산 못 줄이겠다는 교육청
‘도내 모든 학생에게 30만원, 학급당 100만원, 중·고교 입학축하금 30만원 지급….’

각 시·도교육청이 시행 중인 현금성 지원 사업이다. 경북교육청은 도내 학생 29만5000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온학교교육회복학습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88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북 외에도 11개 지방교육청이 지난해부터 5500억원 규모의 ‘교육재난지원금’을 학생들에게 보편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울산교육청은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에게 1인당 10만원의 교육재난지원금을 준 것도 모자라 학급당 100만원, 총 58억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내년 6월 교육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돈을 이렇게 뿌리고도 지방교육청의 재원은 마르지 않는다.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이 다 사용하지 못하고 남긴 예산은 무려 4조5000억여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교육청은 “학생 수가 줄어도 교육 예산은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지방교육청 재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 따른 반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교육청이 교육 수요보다 훨씬 많은 재정을 사용하기 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주장의 핵심은 ‘교육 수요에 맞게 예산을 배정하자’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현행법상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받는 구조여서 세입이 늘수록 규모도 따라 커진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수요가 줄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 전문가들은 수요에 맞게 재원이 배분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교육청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교육 예산 축소’를 지레 걱정하는 것은 “교육 수요에 맞게 예산을 조정하면 예산이 줄어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1971년 만들어졌다.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이지만 아이들 교육에 최소한의 투자는 하자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초·중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3배에 달한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례없는 확장재정 기조가 계속되면서 내년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교육예산 낭비에 눈감으면 결국 현 초·중·고교생의 미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에 각 교육청이 귀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