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생활체육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동·서 진영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체육에 대한 성과기대가 투영돼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분단과 산업화를 거치며 체육을 국위선양의 도구로 이용해왔다.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패럴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 기간에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올림픽을 시청하는 이들이 더 늘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올림픽을 즐겼다. 놀라운 점은 대다수 국민이 메달보다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승리지상주의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진 것이다.

오랫동안 체육은 학생들의 교육 또는 엘리트 체육선수 육성을 위한 활동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체육=성과’에서 ‘체육=행복’이라는 의미 부여가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한 해결법이 바로 ‘생활체육 활성화’다.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으로 나아갈 시기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한 첫 단계가 인프라 확충이다. 88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 전환 계기는 있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그린벨트 내에 체육시설을 짓는 방법은 현행법상 가능하다. 그러나 그린벨트 면적이 해당 지방자치단체 면적의 50% 이상인 곳에만 설치가 가능하기에 실제 설치 가능한 지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규제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보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국민이 쉽게 접하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선 79개 생활체육 단체에 약 20만 명의 회원이 등록해 활동 중이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축구나 야구, 배드민턴에 비해 다른 종목들의 회원은 그 수가 너무 적다. 올림픽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위 엘리트체육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양궁, 수영 등 종목의 생활체육 회원 수는 꼴찌 수준이다. 접근성 향상과 클럽활동 지원을 통해 종목별 생활체육리그를 활성화한다면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강국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전문지도자 양성이다. 2019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체육활동 참여에 대한 제약 요인은 관심 부족, 체육시설 접근성, 체육활동 정보 부족 순이었다. 유소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은퇴기로 구분한 생애주기별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보급할 수 있는 전문지도자도 양성돼야 한다.

생활체육은 모든 국민이 운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등히 누릴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국민의 행복추구를 위한 체육복지 선진화를 외치는 것이 결코 사치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가올 생활체육의 뉴노멀 시대에 미리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