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인도의 '백신 파워'
인도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다. 인구 세계 2위(약 14억 명), 면적 7위(약 329만㎢)에 사용하는 언어만 3000여 개에 이른다. 오물투성이 갠지스강과 첨단 정보기술(IT) 도시 벵갈루루가 공존한다. 2014년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진입시킨 우주강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이다.

바이오의약산업이 발달해 의약품 제조시설이 1만500여 곳, 제약회사가 8000여 곳이나 된다.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백신 강국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백신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는 일찌감치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술을 이전받아 코로나 백신 ‘코비실드’를 생산하고 있다.

올 1월에는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인도 첫 코로나 백신 ‘코백신’을 선보였다. 최근 세계 최초의 DNA 기반 코로나 백신인 ‘자이코브-디’까지 내놨다. 자이더스 캐딜라가 지난 22일 승인 받은 이 백신은 화이자·모더나가 개발한 ‘전령’ 형식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우리 몸에서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플라스미드-DNA’ 방식이다.

DNA 백신은 mRNA 백신보다 저렴하고 보관하기 쉽다. 냉장고 온도인 2~8도면 된다. 주삿바늘 없이 피부접착식으로 접종할 수 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 12~18세 청소년까지 맞을 수 있다. 다만 총 3회 접종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인도는 델타 변이의 발원지여서 한동안 극심한 코로나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하루 신규 확진자가 41만 명까지 치솟았다. 이후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하루 500만 회씩 소화한 덕분에 지금은 일 평균 3만 명대로 줄었다. 연말까지 18세 이상 인구의 2차 접종을 끝낼 계획이다.

인도의 ‘백신 파워’는 창의적인 교육과 풍부한 기술인재에서 나왔다. 한 예로 인도공대(IIT)는 화학 물리 수학 3과목으로 영재들을 뽑아 집중 교육한다. 이 학교 졸업자가 실리콘밸리 창업의 15%, IBM 엔지니어의 28%, 미국 항공우주국 직원의 35%, 미국 의사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6개월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신생기업)이 된 회사만 15개가 넘는다.

인도는 6·25 때 의무부대를 한국에 파병해 19만5000명의 국군 환자를 치료해 준 나라다. 우리와 비슷한 1947년에 독립했지만 백신 기술은 훨씬 앞섰다. 한국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빨라야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