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고공행진이고 환율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의 ‘팔자’로 주가가 요동치지만, 거침없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집값을 보면 거품 논란의 자산시장도 들쭉날쭉이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부채로 인한 부실 확대와 급팽창한 자산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위험이 동시에 덮치는 ‘퍼펙트스톰’을 경고했을 정도다.

딱히 어느 쪽의 위험요인이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주체들은 전반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낀다. 환율·주가·금리·물가 어디 하나 안정적인 데가 없다. 연초 108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그제 연중 최고치인 1176원으로 치솟았다. ‘반도체 수급 논쟁’과 함께 본격화한 외국인 주식 매도세는 ‘셀 코리아’ 우려를 키운다. 어제부터 연 2.48~4.24%로 오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년여 만에 가장 높다. 인플레이션 경고, 자산거품 논란을 넘어 경제 전반에 점점 크고 복합적인 리스크가 다가온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태연하고, 정치권은 딴 나라에 있는 듯하다.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위기 전조(前兆)가 가시화됐다는 경고에도 태평스럽기만 하다. 내년 예산안만 봐도 올해보다 7.5% 늘어난 600조원 규모로 또 초슈퍼예산이다. 1000조원에 달한 국가채무나 경기급랭 시 세수 부진을 고려한다면 확장 재정으로 마구 내달릴 상황이 아니다. 재정적으로 이미 ‘빈사 공룡’이 돼 위기 대처 능력을 잃은 허약한 정부다. 그런데도 돈풀기 궁리뿐이니 지자체도 뒤따른다. 복지라는 미명 아래 퍼주기로 치면 대선주자들은 가히 통제 불능이다. 장밋빛 환상 공약에 포퓰리즘 선동이 넘쳐난다. 미래와 성장, 구조개혁과 혁신에 대한 담론은 아예 없다. 일부 후보가 ‘경제성장 전략’이라고 내놨지만 핵심이 빠졌다. 노동개혁, 고용시장 정상화, 과잉규제 혁파 같은 약속이 없으니 뜬구름 잡기로 비치는 것이다.

어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90년대 5.3%였던 잠재성장률이 2019년에 2.1%까지 하락했고, 지금은 더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역(逆)성장, 경제 후퇴다. 이런 우려와 경고가 부지기수이건만 정부도 국회도 관심이 없다. 해외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돈줄죄기(테이퍼링: 자산매입 축소)가 예상보다 앞당겨져 11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장기 저금리와 정부 돈풀기에 취해 있는 우리 경제에는 이것도 무시 못 할 변수다. 경제위기가 다가오는데 이를 극복할 성장 비전이 없는 정파에 유권자는 눈길도 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