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타트업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법조 플랫폼 기업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과 비슷한 ‘공공정보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로톡 측은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게 결국 이런 목적이었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체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로톡 서비스를 막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논란이 확산되자 변협은 공공성을 반박 논거로 제시했다. 변협은 “사기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서비스와 변협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 많은 광고비를 지급한 변호사의 광고를 플랫폼 내 ‘목 좋은 자리’에 노출시킬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다.

“변호사 업무가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라는 변협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변협이 공공성을 내세워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게 되레 공공성을 훼손시키는 것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로톡 서비스에 접속해 보면 비교적 가벼운 법적 다툼에 휘말린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한 사례가 많다. 법적 문제가 있어도 법률시장의 높은 문턱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사람들이 로톡을 통해 간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입 변호사의 상당수는 의뢰인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 변호사다. 지금도 여러 로펌들이 사건 수임을 위해 인맥이 탄탄한 경찰·법원 출신 직원을 사무장으로 고용하고 있다. 자본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들은 로톡 서비스를 통해 이 같은 방법을 통하지 않고도 의뢰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변협은 공공정보시스템이 순수 비영리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서비스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지방자치단체 공공 배달 앱의 상당수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로톡 서비스가 이대로 막힐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다 사태’에 이어 행여 로톡 서비스까지 중단된다면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버티고 있는 산업에 누가 진출하려 하겠나.

이럴수록 법무부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법무부 입장은 명확하다”며 “변협이 공익단체답게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톡과 같은 스타트업에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지난 3일 기준 이미 로톡 가입 변호사는 3월 말 대비 28% 감소했다. 법무부가 ‘명확한 입장’이 있다면 문제 해결에 더 서둘러주기를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