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학번
“동기생 100여 명 중 만나본 친구는 한 명뿐.” “1년 반 동안 학교에 총 세 번 갔다.” “캠퍼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작년과 올해 대학생이 된 이른바 ‘코로나 학번’들이 학교 대나무숲(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얘기들이다. 단절된 관계에서 오는 무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죽했으면 자신들을 ‘미개봉 중고’ ‘고4’(고교 4학년)라고 할까 싶다.

코로나 학번의 사회현상도 특별나다. 어차피 학교에 정을 못 붙였다며 입시학원에 몰린 반수생들이 예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군복무를 탈출구 삼은 남학생들로 인해 해·공군 일반병 등의 모집 경쟁률이 1년 전 ‘3~4 대 1’에서 최근 ‘7~8 대 1’로 크게 높아졌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걱정거리는 비대면 수업이 3학기째 이어진 데 따른 학력수준 저하다. 실습과 실기가 중요한 이공계와 예체능계 학생들이 특히 그렇다. 가뜩이나 취업절벽 시대에 기업 채용시장이 코로나 학번에게 얼마나 문을 열어줄지도 걱정이다. 실습도 못 하는데 등록금 고지서엔 실습비 100만원 항목을 그대로 두고 관성적으로 거두는 학교 측을 성토하는 글도 대숲에 많다.

역사는 반복되는 건지, 졸업·취업 시기에 외환위기를 맞은 ‘IMF 세대’의 아픈 기억까지 소환된다. 당시 채용의 싹이 말라버려 인턴 자리라도 들어갔다가 끝내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IMF 세대의 자녀들이 공교롭게도 코로나 학번과 겹친다.

코로나 학번은 원래는 ‘밀레니엄 베이비’로 화제를 모은 세대다. 직전 해(1999년) 61만 명까지 떨어졌던 출생자 수가 2000년엔 63만 명으로 다시 늘었고, 2001년생은 55만 명을 유지했다. 작년 출생자 수가 27만 명이니, 20년 전만 해도 두 배 많이 태어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되긴 했지만, 새천년의 아이들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는 고난의 세대가 될 줄이야. 이미 2년제 전문대생들은 자격 취득을 위한 대면실습 기간을 채우지 못해 취업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승진 지연, 경력 상실 등으로 인한 임금 손실(연평균 4~8%)이 향후 10년간 나타날 것이란 연구보고서까지 나왔다.

우울한 뉴스밖에 없지만, 코로나 학번 또한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한국의 Z세대라는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 운 좋게 복 받은 세월을 살아온 586 세대가 진심으로 응원해줘야 할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