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학도시 대전' 걸맞지 않은 도시철도계획
“대전시가 매번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배터리로 전선 없이 달리는 무가선(無架線) 노면전차(트램)로 구축한다고 자랑했습니다. 전국 최초라고요. 그러다가 기술적인 문제로 일부 구간에 공중가선을 설치한다고 최근 슬그머니 말을 바꿔버리니, 과연 시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입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트램 건설 사업에 대해 시민들과 철도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전 트램은 서대전역~정부청사~유성온천~진잠~서대전역을 도는 순환선이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면서 총연장 36.6㎞, 정거장 35개, 차량기지 1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확정됐다. 기본·실시설계는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총사업비 749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그간 ‘과학도시’ ‘4차 산업혁명 특별시’라는 구호를 앞세워 트램을 “배터리 방식의 무가선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런데 자문·용역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공중가선이 10㎞ 정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시는 “2014년 트램 사업 발표 당시엔 배터리 충전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추진했던 것인데, 노선 경사와 계절적 요인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해보니 괴리가 발생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대전시 해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공중에 전선을 설치하게 되면 도심 경관이 지저분해지고 무엇보다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한숨부터 나온다”는 시민도 많다.

철도업계도 우려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선진기술을 보유한 업체들로부터 보완 제안을 받거나, 관련 기술을 발표할 시간을 내주지 않으려 해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시나 연구원이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지면급전시스템(GLPS) 방식 등 첨단기술을 아예 배제하려 하고 있다”며 “시민 편의를 무시하고 100년 전 기술에 안주하면 국내 트램산업에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교통계획은 대개 백년지대계여서 현실이 청사진을 구현할 수 없으면 언제든 수정·보완하는 게 옳다. 7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시민과 관계자들에게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일방통행식’ 편의주의로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사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쯤 되면 대전이 과연 과학도시를 자처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