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정치판 '3040세대' 돌풍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에서 이집트, 인도 북부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바빌론에서 병으로 사망했을 때 나이가 33세였다. 지중해 변방 코르시카섬 출신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의 관을 쓰고 프랑스 제정(帝政)시대를 연 것이 34세였고, 일본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가 자객 칼에 맞아 사망한 게 31세였다.

역사적으로 30~40대에 영웅적 발자취를 남긴 위인이 많다. 경험과 연륜이 아니라 패기·용기와 지혜로 시대 흐름을 바꿔놓은 ‘젊은 피’들이다. 그런 족적을 따르겠다는 30~40대 글로벌 정치 리더도 많다. 버락 오바마가 2009년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게 48세였다. 이듬해 영국에선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대표가 43세에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주인이 됐다. 이후에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3세 취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39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7세) 등 3040세대 젊은 리더가 연이어 등장했다.

21세기 들어 젊은 리더십이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선 과거처럼 연륜이나 경험보다 감각과 속도감이 더 긴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장유유서’를 따지는 한국에서도 3040세대 정치 리더가 나올 수 있을까.

최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6세인 그는 다른 7명의 후보가 모두 50대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그의 부상에 운동권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주축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러다 우리가 ‘꼰대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여당에서도 조심스럽게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세대교체론이 제기된 건 1970년이다. 1969년 3선 개헌안 통과를 막지 못한 야당에서 인적쇄신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김영삼(당시 43세)·김대중(46)·이철승(48)이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당시엔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에서도 여론조사 1위다. ‘올드 정치’에 신물난 국민이 젊은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결과도 그럴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국민의힘 전당대회(6월 11일)가 국민의 이목을 끌게 생겼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