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프리카 누비는 한국 자동차

국산 승용차 1호 ‘포니’가 아프리카 중서부 라이베리아에 처음 도착한 것은 1976년이었다. 조랑말을 뜻하는 포니가 초원의 코끼리떼 사이로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현대자동차 수출 원년인 그해 아프리카에 수출된 포니는 모두 207대. 전체 수출 1019대의 20%에 달했다. 주요 대상국은 라이베리아를 비롯해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이었다.

현대차는 2008년 이집트에 아프리카본부를 세우고, 2009년 남아공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대륙간컵 축구대회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후원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지난달에도 아프리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7% 늘었다. 국내 소비가 작년보다 3.8%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엔 라이베리아 인근의 가나와 현대차·기아 조립공장 두 곳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가나의 연간 자동차 수입규모는 10만 대를 넘는다. 수입품 중 1위다. 가나 자동차 시장의 50%는 도요타와 기아·현대차가 점유하고 있다.

가나의 중고차 시장에서는 한국 소형차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의 아버지도 현지에서 한국 중고차 수입업을 하고 있다. 한국 중고차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이집트에서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시장까지 누비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은 일본이 휩쓸었다. 이에 유럽 자동차 강국 독일과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민간 주도 시장이나 관련 산업이 정착되지 못하고 외국 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아프리카 중부 내륙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집무실 등 의전용 관용차 입찰에서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끈다. 공급 규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500대로, 오는 7월까지 전량 인도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수출은 가격뿐 아니라 상품성과 서비스 경쟁력까지 일본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신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5년 전 외롭게 라이베리아 초원을 달리던 포니의 후예들이 자랑스런 한국 브랜드를 달고 ‘검은 대륙’을 종횡무진하는 날이 그만큼 앞당겨질 모양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