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주면 5배 배상" 법안도
기업·언론에 자영업자까지 겨누나

고은이 정치부 기자
“소상공인 보고 사업을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준 사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류 실장은 “현재 최저임금을 못 주는 곳이 많은 건 소상공인이 부담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처벌 수위만 높이려 하냐”고 토로했다.

이 의원 법안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자가 고의·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 차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최저임금 지급률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취지지만 되레 현장에선 우려가 크다.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15.6%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숙박·음식업에선 최저임금 미만율이 42.6%에 이른다. 빠르게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형편이 안 되는 소상공인이 그만큼 늘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취약 업종을 골라 지원하는 등 문제의 원인을 찾아 도우려는 게 아니라 처벌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은 이미 대기업과 언론 등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이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언론개혁법안(윤영찬 의원안)엔 언론보도로 명예훼손 시 피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한 소송 등이 남발되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다른 여당 추진 법안인 온라인플랫폼법안(송갑석 의원안)에도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면 손해액의 최대 세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초 여당 주도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에도 기업에 산업재해 등으로 발생한 손해액의 다섯 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법안 대부분 발의 취지는 좋다. 문제는 업계 실상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도입할 경우 현장의 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처벌 조항을 강화하기 전에 각 주체들의 개별적 형편을 고려한 환경 정비가 우선이다. 잘못된 처방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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