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기판을 방불케 하는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국회 답변 한마디에 비트코인이 하루 새 15% 가까이 급락했고, 20~30% 폭락한 종목들도 수두룩하다. 급기야 은 위원장 사퇴 청원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이에 편승한 일부 여당 의원들도 은 위원장과 금융당국 때리기에 나섰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이상과열에 따른 ‘김치 프리미엄’이 이러다 ‘김치 디스카운트’로 바뀌면서 자칫 사회 문제로 비화될까 우려된다.

무엇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 과열과 급등락의 광풍을 몰고왔을까. 시장 참여자들 면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의 33%(81만6039명)가 20대다. 30대도 31%(78만8775명)에 달한다.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까지 쉽게 사고파는 청년들이 극도로 투기적인 이 시장에서도 주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0년 보통사람(20~64세) 금융생활 보고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주식투자가 급증했는데, 20대는 10명 중 4명꼴(39.2%)이다. 2019년(23.9%)에만 해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던 20대 주식투자자 비중이 불과 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20대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이 1년 새 75% 급증한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으로 들어간 청년세대의 ‘영끌’ ‘빚투’는 주위에서도 두루 감지된다. 등록금까지 동원한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다. 청년들이 고위험 투자에 뛰어드는 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위험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한국에선 주택시장에서 이미 한바탕 영끌·빚투 대란이 벌어졌던 터여서 후유증이 더 걱정된다.

1차 원인은 잇단 헛발 주택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한 데 있다. 평생 내집마련이 요원해지면서 ‘벼락 거지’ 위기감을 느낀 2030세대가 주식을 거쳐 암호화폐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다.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결혼이며 출산이 과연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꺾이지 않는 ‘공시족 쏠림’ 현상도 본질은 같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고, 그만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 처지에는 하급 공무원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다. 기업과 시장의 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틀어막힌 데 따른 후폭풍이 이렇듯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빚투에 뛰어드는 20대 군상(群像)이야말로 ‘일자리 불임(不姙)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