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주자가 늘어난 곳은 대부분 선진국이었다. 미국은 992명에서 1680명으로 69.4%, 캐나다는 71명에서 260명으로 266% 각각 증가했다. 일본(490%) 프랑스(475%) 호주(90%) 등도 증가폭이 컸다. 선진국의 경우 특히 결혼이나 친척 초청 등을 통한 ‘연고 이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시대에 이민 증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이처럼 단기간 내 급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치 상황이나 정부 정책 등이 영향을 줬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 정부 들어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이른바 ‘부자 증세’가 이뤄진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등 과도한 세금이 이민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국내 재산을 정리해 해외로 떠나려는 욕구 역시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으로의 이민이 많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와중에 이민 급증은 국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부와 사람 모두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노동·환경 등 온갖 규제를 견디다 못해 앞다퉈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와중에 가계마저 잇따라 나라를 등진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기업들이 떠나며 연간 10조원 안팎이던 제조업 해외투자는 2018년 18조2000억원, 2019년 2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젊은층까지 해외로 내모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지난해 해외로 유출된 제조업 일자리만 7만2000개로 추산된다. 기업도 가계도 모두 떠나는 나라에는 희망이 있을 수 없다. 국민과 기업을 편가르고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는 정치는 국부 전체를 갉아먹을 뿐이다. 규제보다는 자율, 지원보다는 경쟁, ‘큰 정부’보다는 시장을 중시하는 정책이라야 경제도 살리고 ‘탈(脫)한국’ 러시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