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여권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국정안정론보다 정권심판론을 택했다. 서울시장(오세훈)과 부산시장(박형준) 모두 국민의힘에 몰아준 것이다. 두 도시 시장 선거 재·보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런 점에서 민심은 여당에 엄중 경고를 한 셈이다.

여권은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80석 압승을 몰아준 민심이 왜 1년 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는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여당의 참패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공정과 정의’를 독점하듯 입에 달았던 정부에서 공직자 투기가 판을 쳤으니 국민의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LH 탓만도 할 수 없다.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할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깬 것부터 신뢰를 저버린 일이었다. 대화와 협치보다 적폐청산으로 상징되는 대립과 증오의 정치를 펴온 데 대한 엄정한 평가도 표심에 담겨 있다. 조국 사태와 공직자 투기, 권력형 비리 수사 등에서 일상화되다시피 한 ‘내로남불’은 국민적 환멸을 불렀다.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돌아보면 여권이 반성하고 바뀌어야 할 것은 시장과 싸우다 집값 폭등, 세금 폭탄, 전세난민을 부른 부동산 실정(失政)만이 아니다. 숱한 부작용에도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역대 최악’을 경신하는 고용 참사,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죽이는 탈원전 정책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총선 압승 후 뭐든 다 해도 되는 면허증을 받은 양 질주해온 ‘입법 폭주’도 민심 이반의 원인일 것이다. 한·미 동맹의 균열이 커지고, 한·일 관계는 수렁에 빠졌으며,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한 외교·안보정책도 전면 손질이 필요하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4년간 반(反)시장·친(親)노조 정책에다 코로나 위기까지 겹쳐 경제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치명적 부작용에는 눈감은 채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세계 경제의 반등 흐름에 편승하기는커녕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를 면키 어렵다. 폭증하는 나랏빚을 고려한다면 선거 때마다 정도를 더하는 퍼주기 공약은 망국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심 앞에 겸손해야 한다. 선거에 이긴 것은 여권의 실책과 LH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린 때문이지, 국민 신뢰를 얻고 비호감을 걷어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대안 야당으로서 수권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다시 호된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오세훈·박형준 당선인은 이제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로서 신발끈을 다시 매야 할 것이다. 임기 14개월짜리 시장이 할 수 없거나 월권인 공약도 부지기수다. 성장잠재력이 크게 떨어진 수도 서울과 부산의 처지를 감안하면 인기영합에 몰두할 계제가 아니다. 가덕도신공항 같은 ‘묻지마식 공약’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