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의견·투고 받습니다.

이메일 people@hankyung.com 팩스 (02)360-4350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업체들이 개선해야 할 내용을 담은 법안인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개인 간 거래(C2C) 부분이다.

입법예고된 법안에서는 당근마켓과 같은 C2C 플랫폼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개인을 전문 판매사업자로 보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분쟁 해소를 위해 판매자의 실명, 전화번호를 구매자에게 고스란히 제공하도록 한다. 하지만 C2C 플랫폼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기도 하고,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기도 하는 ‘양방향적 속성’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중고 물품을 1만~2만원대 소액으로 올려 필요한 이에게 자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네 이웃에 해당하는 일반 이용자들을 전문 사업자로 보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구매자가 거래에 불만을 품고 분쟁을 제기할 경우 판매자의 정보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좋은 마음으로 싸게 올렸을 뿐인데, 상대방이 내 연락처로 항의 전화를 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번 일로 인해 개인정보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사업체의 사업자정보처럼 가볍게 취급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용자 모두가 소비자가 될 수 있는 C2C 플랫폼에서, 바로 그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라고 종용하는 법안이다 보니 이미 활발히 중고거래 플랫폼을 쓰고 있는 이용자들이 보기에도 이해불문이라는 여론이 강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메말라가는 사회 속에서 개인끼리 거래하며 사람 사는 맛을 느껴온 수많은 소시민에게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걱정이 드리우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그냥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영화 대목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김하늘 <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