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생한 ‘목욕탕발 코로나 확산’을 문제 삼아 또 하나의 원시적인 방역 대책을 내놨다. ‘목욕탕 내 사적 대화 금지’라는 황당무계한 조치다.

백신 보급이 늦어지고 접종 진행도 부진한 데다 각종 논란까지 퍼져나가니, 방역 그물망을 좁혀 애꿎은 국민들의 사생활만 괴롭히고 있다. 각자가 대화하는 걸 도대체 누가 감시할 건가. 전국 목욕탕마다 방역 감시원을 파견해 민망하게도 사람들의 벗은 몸과 입술을 주시하면서 비밀 장부라도 적고 있을 건가. 위급한 순간이 발생하거나 공적 대화가 필요할 때도 서로 이심전심에 의존해 입을 열지 않고 ‘눈빛 교환’만 해야 하나. 어떤 대화가 사적인지 공적인지 당국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건가.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을 세워 미리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어디서 크게 터지면 후속 땜질하기 바쁘다. 대화를 금지해서 전염을 막겠다는 발상은 ‘마스크 겹쳐 쓰면 코로나 덜 걸린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나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런 비합리적인 조치들을 남발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일반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가 전부인 ‘K방역’을 자화자찬하기 전에 질 좋은 백신을 제때 확보해서 접종을 속행했다면 이런 ‘원시 방역’은 일찍 종식됐을 것이다. 국민들이 1년 넘는 시간 동안 집합 및 영업시간 제한 같은 ‘방역 채찍’에 시달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올초에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낮술 금지’를 명령하더니 이젠 ‘모임 제한’에 ‘대화 금지’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금(通禁)이 있던 시절에도 상상할 수 없던 통제 조치다. 과연 이 정부가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어디까지 개인 일상을 제약하고 간섭할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이스라엘은 백신 두 방 맞고 곧 마스크를 벗는다고 한다. 통제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늑장 백신’ ‘무능 방역’ 정권의 민낯과 대비되는 선진 사례다.

신승민 < 시사칼럼니스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