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집값 폭등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를 유동성 탓으로 돌리며 사실상 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한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는 차치하더라도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관계와 발언 배경이다. 이 실장은 그제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가격과 실물가격이 괴리되면서 (집값이) 더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 실패를 얘기하기엔 복합적”이라고 실패론을 비껴갔다.

그의 말대로 주요국 집값이 오른 건 맞다. 하지만 한국만 턱없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은 빼놓고 언급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한국 집값 상승률은 9.3%로 미국(6%), 독일(6%), 영국(3%), 캐나다(4.8%), 프랑스(3.8%), 일본(-0.9%) 등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지 않았던 코로나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출범 후 3년간 19차례에 달하는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으나 서울 아파트값은 34%나 올랐다. 정직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세계적으로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한국이 더 많이 올랐다. 정책 담당자로서 그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어야 옳다.

발언 시점도 그렇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연일 반성문을 쓰고 있다. “주거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사죄드린다.”(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분노와 실망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그러면서 공시지가 인상률 조정, 대출규제 완화, 민간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허용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을 손질하겠다고 연일 발표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청와대 경제수장이 “한국만 집값이 오른 게 아니다”라고 전혀 엉뚱한 발언을 하니 대체 무엇이 진심인지 아리송하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반성은 하겠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가.

국민은 문 정부 4년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충분히 고통받았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부동산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최근 민주당의 반성과 약속들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는 않는지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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