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고전하던 미국과 영국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해 도시가 봉쇄되는 등의 극약처방을 감내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지만 어느덧 각종 대면 활동이 재개되고, ‘37년 만의 최고 활황’(미국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기준)이 언급될 정도로 분위기가 개선됐다.

팬데믹의 충격을 일거에 뒤집을 ‘게임 체인저’라는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졌기에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현재 9759만 회 접종(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접종 수 기준 1위)이 이뤄졌고, 영국은 인구 대비 접종비율이 45.53%로 이스라엘(60.5%)에 이어 세계 2위다. 두 나라 모두 집단면역 달성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두 나라의 모습은 백신 늑장 확보에 이어 그나마 구매 계약을 마쳤다던 백신 도입까지 ‘빨간불’이 켜진 우리에겐 부럽기만 하다. 올 상반기 중 국내 공급이 이뤄졌거나 확보가 유력한 백신 물량은 889만5000명분으로 정부 목표치 1200만 명분에 크게 모자란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3월까지 받으려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4월 셋째 주에나 들어오게 됐다. 그나마 물량이 40% 줄었다. 대통령이 직접 물량확보를 공언했던 모더나 백신(2000만 명분)의 도입도 오리무중이다. 얀센과 노바벡스 백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 104번째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100명당 접종 수 세계 113위의 초라한 성적표에 더해 앞으로 백신을 제대로 맞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실만 부각되고 있다. 설상가상 이미 확보한 백신의 접종마저 지지부진하면서 고의로 접종을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이 밝힌 접종능력(하루 115만 명)과 한 달 넘는 기간의 누적 접종자 수(88만여 명)에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신 공백의 비판을 듣지 않으려고 접종을 찔끔찔끔하면서 시간을 끈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에 정부가 고의로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나온 데에는 정부가 반성할 점이 많다. 정부가 집단면역이 늦어지는 것보다 비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쳤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영국과 미국을 부러워해야만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