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24시간 위험한 하늘길 여나

서쪽 해상 밀고나온 활주로…가덕水道 선박과 충돌 위험
뻘 깊이 20~40m인 약한 지반에 바다 매립하는 '難공사'
'가장 안전' 평가 김해공항 확장안 뒤집은 근거도 불명확
부·울·경은 '10조원 아래로 예산 줄이기'에 안간힘 역력

장규호 논설위원
"여기서 1년 살아보면 가덕신공항 짓자고 못할 것" [장규호의 현장]

지난달 뜨거웠던 가덕신공항 이슈가 공직자 투기 사태가 터지면서 쑥 들어갔다. ‘특별법까지 제정된 마당에 다 끝난 얘기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가덕신공항이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다고 해도 사전타당성 검증의 벽을 제대로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만만찮은 문제를 안고 있다. 4월 재·보선 결과를 떠나 가덕신공항의 허와 실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지역갈등 문제로만 조명됐던 신공항 이슈를 안전성 중심으로 다시 들여다봤다.

"여기서 1년 살아보면 가덕신공항 짓자고 못할 것" [장규호의 현장]

지난 12일 부산의 서남쪽 끝 가덕도. 거가대교 공사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가덕도는 기자의 가슴을 뛰게 했다. 초입에 있는 부산신항의 웅장함에 놀라고, 눌차대교 건너편 가덕도의 기운찬 산줄기와 청정 바닷빛에 다시 한번 탄성이 나왔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란 말이 한치 모자람 없는 어촌 가덕도는 그러나 신공항으로 변모할지 모른다. 비행안전과 바다 매립용 토석(土石) 채취를 위해 연대봉(459m)을 비롯한 주변 산과 봉우리도 모두 깎일 처지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서쪽 대항항 앞바다로 거대한 컨테이너선 한 척이 유유히 미끄러져 갔다. 가덕수도(水道·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해협)를 거쳐 신항으로 들어가는 배다. 얼마 안 있어 회색빛 해군함정 한 척이 남해로 빠져나갔다. 신기한 볼거리다. 하지만 부산시의 가덕신공항 안(案)에선 활주로 서쪽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선박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가슴 철렁하게 하는 위험구간이다.
대형 선박 뱃길과 겹치는 활주로
바다를 메워야 하는 가덕신공항은 해일 피해를 예방하고 대형 선박(높이 60~70m)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활주로를 지상 40m까지 높여야 한다고 부산시는 설명한다. 이 경우 항공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높은 활주로에 항공기가 당도하지 못하는 언더슛(undershoot)은 물론, 선박 충돌 우려도 제기한다. 이걸 막으려면 서쪽 활주로 끝에서 해상으로 540m 구간의 선박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면 총 1.9㎞밖에 안 되는 가덕수도의 좁은 폭이 4분의 3으로 줄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수도 축소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다. 부산신항의 물동량이 향후 30년간 세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항공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화하는 게 정답이다. 박상모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총괄이사는 “내륙 공항은 활주로 주변에 울타리를 치지만, 바다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으냐”고 우려했다. 장애물평가표면(OAS)이란 것을 만들어 그 영역에 어떤 방해물도 진입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인근 선박이 착륙유도 신호를 의도치 않게 교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해공항(국내선 존치 시), 진해비행장(군 공항)과 비행경로가 겹치는 문제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가 하늘길, 바닷길, 육지길이 만나 세계적인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음에도 사고 가능성 때문에 항공사들이 취항을 꺼리는 ‘왕따 공항’이 될지 모른다.
‘과속 방지턱’ 같은 지반 침하는 큰 문제
가덕신공항의 안전성 논란은 남해로 뚫려 있는 최대 수심 21m의 외해(外海)를 매립해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 난(難)공사에도 원인이 있다. 기자가 찾은 12일에도 가덕도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주민 황영우 씨(59)는 “가덕도는 1년 내내 바람 파도 안개 태풍에 노출돼 있고, 풍랑주의보의 풍속 예보보다 초속 5m는 더 부는 곳”이라며 “공항 짓자고 하는 사람은 여기 와서 1년 살아보고 그런 소리 하라”고 했다.

세계 유수 공항 중 바다를 매립한 해상공항이 많긴 하다. 그럼에도 가덕도 일대는 ‘부산 점토’란 학술용어, 쉽게 말해 ‘뻘’이라 볼 수 있는 바닷속 연약지반이 20~40m로 두터워 침하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 예상으로도 향후 50년간 35㎝ 침하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가덕도 동쪽 해저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정보는 아예 없다. 낙동강 연약지반 전문가인 김윤태 부경대 환경·해양대학장은 “김해 쪽도 물론 침하 위험이 있지만, 동서 방향으로 놓일 가덕신공항 활주로는 ‘바다-육지-바다’의 이질 지반과 지층 때문에 부등침하(고르지 않게 땅이 가라앉는 현상)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활주로가 거대한 과속방지턱 모양이 돼 항공기 이착륙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김윤태 교수는 “모래말뚝(sand pile) 등으로 지반 보강을 촘촘히 하면 그만큼 시공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안전 최고점’ 김해신공항서 의문의 급선회
공항 입지 선정에 경제성, 항공수요, 접근성, 환경영향 등 고려할 요소가 많지만 관건은 역시 안전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된 것도 2002년 김해공항에서 일어난 중국 민항기의 돗대산(381m) 충돌 사고가 계기였다. 김해신공항(활주로 1개 확장)은 이 돗대산을 피하기 위해 ‘정북-정남 방향’인 기존 활주로의 북쪽 끝단을 왼쪽으로 40도 틀어 새 활주로를 놓는다는 계획이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가덕, 밀양을 제치고 김해신공항에 사전타당성조사 총점은 물론, 안전 부문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16년 확정된 김해신공항은 그러나 작년 11월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결론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고는 납득할 만한 수준의 문제 확인 과정 없이, 그것도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특별법 밀어붙이기로 위험 요소가 다분한 가덕신공항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검증위에서 제기한 김해신공항 관련 22가지 의혹 중 안전성에 관해 명확히 규명된 것은 없다”며 “공교롭게도 김해신공항이 위험한 공항이 아니라는 점이 검증위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前) 정부의 결정은 모두 ‘적폐몰이’로 뒤집으려는 지금 여권의 행태가 신공항 문제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계획 당시 예산, 완공까지 두 배 증액 예사
가덕신공항 건설비용 예측도 논란이다. 활주로 1개(국제선)냐, 2개(국제선+국내선)냐, 3개(국제선+국내선+군 시설)냐에 따라 10조원 넘게 차이 날 수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은 과거 가덕도가 경제성 평가에서 밀렸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엔 건설비용 최소화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김해공항에 국내선을 그대로 둬 주민 불편과 반발을 줄이고, 가덕엔 활주로 1개만 설치해 소요 예산을 7조5600억원으로 잡은 게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장래 가덕신공항이 ‘여객 4600만 명, 화물 63만t’을 처리할 것이라고 부·울·경이 과다 예상하고 정작 여객·화물청사 등 사업비는 축소 전망했다”고 비판했다. 재산정 결과 활주로 1개를 설치하는 데도 12조8000억원은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강희성 부산시 공항기획과장은 이에 대해 “2056년까지 전망치이기 때문에 공항 설비는 순차적으로 확충해가면 된다”며 “7조56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천공항도 1단계 최초 사업비는 2조2700억원이었는데, 준공 때까지 총 5조6300억원이 들어갔을 정도로 실제 공사 과정에서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

결국 곧 진행될 사전타당성조사를 철저히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전문가들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으면 여권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2030 부산 엑스포’ 개최라는 일정에 쫓겨 2029년 완공 목표를 밀어붙이다 보면 부실공사, 막대한 예산 추가 투입, 대형 참사 위험 등 문제를 복합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김해냐, 가덕도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합리적 진행 절차와 컨센서스 형성 과정이다. 20조원 넘게 들 수도 있다는 대형 국책사업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신공항 개항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 뛴다는 여권의 정치공학을 이겨내려면 더더욱 그렇다.
바다 매립 日 간사이공항 교훈
최신 공법으로 인공섬 2개…태풍·해일 앞에선 '속수무책'
바다 매립 공항의 대명사는 일본 오사카만 남동부 센슈 앞바다에 건립된 간사이(關西)공항이다. 1987년 1기 공사에 들어가 2007년 2기 완공까지 활주로 2개를 갖춘 공항으로 거듭났다. 22조원이 투입된 규모도 규모지만, 지진 대비와 연약지반 위에 인공섬 두 개를 올려놓은 첨단 공법으로 미국토목학회로부터 ‘세기의 위업(Monuments of the Millennium)’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2018년 9월 최대 초속 58m의 바람을 동반한 태풍 ‘제비’는 간사이공항을 한순간에 ‘실패한 공항’으로 만들어버렸다. 활주로 대부분이 침수돼 약 17일간 전면 폐쇄됐기 때문이다. 해저 지반의 600m까지 내려가도 암반층 없이 모두 퇴적층이었던 연약지반 문제를 직경 40㎝, 길이 25m의 모래말뚝 120만 개를 시공해 개량을 마친 공항이다. 그런데 위기는 170년 만에 한 번 오는 거대 해일로 찾아왔다. 해수면 만조위 상태여서 피해가 더 컸다.

가덕신공항은 남해로 뚫린 외해(外海)에 노출돼 있고, 역시 태풍의 길목이란 점에서 간사이공항과 같은 재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지상 40m로 활주로를 높인다 해도 해일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통상적인 태풍에도 군 항공기는 공항에서 모두 피신시킨다. 그런데 강력한 태풍의 바람과 함께 해일까지 닥칠 경우 비행기 동체 손상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간사이공항의 지반 침하를 보수하는 데 10조원이 들었다는 점도 가덕신공항의 입지 선정에 회의를 품게 한다.

위안이 되는 것은 간사이공항에 없는 암반층이 가덕신공항 연약지반 아래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토목 공법도 태풍과 해일 앞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간사이공항의 교훈을 못 본 체해선 안 된다.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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