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 중국 압박 전략이 속속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처음 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망 성격의 쿼드는 2019년과 2020년 외교장관 회의를 했지만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해 쿼드와의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중국 견제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은 쿼드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주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쿼드 정상회의에선 중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한 희토류 생산기술을 쿼드 참여국끼리 공유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 백신으로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에 맞서는 방안도 논의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에 앞서 16~18일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한·일 양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 때 흐트러진 한·미·일 3각 협력체제 복원도 꾀할 방침이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방역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그리고 타임 테이블에 따라 집요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식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줄타기를 해온 문재인 정부에 사실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대북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삼으려던 트럼프와 달리, 원리원칙에 입각한 동맹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에게는 ‘양다리 걸치기’ 식 외교나 대북 유화책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2+2 회담’으로도 불리는 미 국무·국방장관과의 이번주 회담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 재구축에 나섰고, 한국의 적극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 한·미 관계는 물론 한국의 외교전략 전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올해 말 개최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할 계획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물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한국의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혹시라도 한국이 초청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新)국제질서에 철저하고 면밀한 대비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