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수습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기 발본색원 및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먼 ‘땜질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어제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농지 취득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LH 임직원들의 실제 사용 목적 외 토지취득을 금지하는 ‘농지제도 개선방향’과 ‘LH 내부통제 방안’을 발표했다. “실행할 수 있는 사안부터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투기꾼들이 농지법상 각종 예외조항들을 악용해 농지를 놀이터로 전락시킨 지 오래다. 투기의심을 받는 대상자도 LH 임직원을 넘어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으로 확산하는 판이어서 제대로 된 대책으로 보기도 어렵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사태가 민심을 폭발시켜 여당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어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스티아이)에선 서울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 누구와 붙어도 20%포인트 안팎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당정으로선 일단 이런저런 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은 “2·4 대책 입법 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시한부 수용’했다. 하지만 이미 ‘공공’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이처럼 어정쩡한 결정으로 정책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당의 특검 수사 주장도 그렇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려면 빨라야 5월은 돼야 한다. 1·2기 신도시 투기수사를 통해 노하우를 쌓은 검찰은 배제한 채 뜬금없이 특검을 주장하니, “수사를 보궐선거 이후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수사부터 시작하고 특검이 출범하면 이관하는 게 상식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구조적 적폐’로 규정하고 “특권세력들의 부동산 축재(蓄財)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권도 비슷한 분위기여서 지난 열흘간 발의된 소위 ‘LH사태 방지법’만 36개에 달한다. 여당은 더 나아가 ‘1가구1주택’ 원칙을 명기한 ‘주거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군불때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국에 만연한 땅투기를 불러온 것은 25번의 반(反)시장 대책이 새삼 입증한 ‘부동산 불패신화’다. 또 다른 무리수로는 적폐청산은커녕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까지 미봉책으로 일관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