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보 부수면서 신공항 짓는 文정부
‘2억2000만㎥ vs 1억6000만㎥.’

감 잡기 어려운 엄청난 부피지만 비교할 만한 의미가 있다. 2억2000만㎥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가 수문을 닫고 제 역할을 할 때 확보 가능한 수량과 인근 지하수량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 중 3개 보의 철거를 결정했다. 만약 금강·영산강 보를 다 해체하면 그만큼의 수자원을 잃게 된다. 1억6000만㎥는 뜨거운 이슈인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바다 매립에 필요한 토석(土石)량이다. 인근 3개 산과 봉우리를 모두 깎아내야 맞출 수 있다. 전자는 물이용(利水)에, 후자는 삼림 및 생태 환경에 관련된 국토 자원의 손실분이다.

환경단체도 반대하는 신공항

이런 일을 동시에 벌이는 게 문재인 정부다. 건설비만 2조4000억원 들어간 4대강 보(16개)를 모두 철거하려면 추가로 약 1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수질과 생태 보호를 위해, 그들의 레토릭으로는 ‘재(再)자연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논리가 신공항으로 오면 확 달라진다. 공항 건설을 위해서라면 생태 자연 1등급 산까지 헐어야 한다. 연 1600만t(2018년)에 이르는 항공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올해부터 작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한 정부가 그에 역행하는 신공항은 반드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율배반이 또 있을까. 환경운동연합 등이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고 맹공했다. 둘 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정권 이익을 앞세운 사업이란 것이다. 하지만 한 손으로 환경가치를 앞세워 4대강 사업을 흠집 내고, 다른 손으로는 31개 관련법을 무력화시킨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이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이전 정부 핑계를 댄다. 대선 공약으로 이용만 한 이전 정부 때문에 동남권신공항이 15년간 ‘표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려는 문 대통령이 나쁜가”(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정치논리에 희생된 국가 비전을 정상화하는 것”(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강변한다. 심지어 5개 시·도지사의 합의로 중립적 외국 기업(프랑스 ADPi)에 용역을 맡겨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정한 것조차 ‘약속(공약) 파기’라고 싸잡아 매도한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중잣대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총리실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검증하는 데 그쳤고, 최대 28조6000억원(국토교통부 예측치)이 들어갈 부지 선정에 보편타당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 그리고는 부지 확정도 전에 가덕도 이름을 넣은 법안을 밀어붙였다. 아무리 지역경제 회생이 중요하다고 해도 예비타당성 조사 등 국가재정사업의 근본을 허물고 특별법으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 활주로 방향이 이착륙 시 측풍(옆에서 부는 바람)을 받아 위험하고, 지반이 부등침하(땅이 고르지 않게 가라앉는 현상)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 난제도 적지 않다.

이러니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54.0%(리얼미터)까지 나온 것이다. 생태와 환경가치를 강조할 때는 4대강 물길이 흘러야(보 해체) 하고, 지역 개발을 위해 하늘길을 열 때(신공항 건설)는 온실가스 배출과 삼림 훼손에 눈감는 정부의 이중잣대에도 문제 제기와 비판이 이어질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우면 멈출 수도 없다. 이제라도 철저한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