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일파만파

수심 8.5m 공주보, 수문 개방으로 바닥 훤히 보일 정도
주변 농가 '물 부족' 발등의 불…지하수 150m까지 파야
수질지표 들쭉날쭉…"보 유지 후 대안 찾자" 압도적 여론

장규호 논설위원
[장규호의 현장] 말라붙은 금강 물에 農心 애타는데…'답정너'식 보 해체

“2017년 6월 이후 보(洑)를 연 결과 녹조 감소, 멸종위기종 출현, 수(水)생태 건강성 향상 등 자연성 회복이 확인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한 달 전 금강·영산강 5개 보 중 ‘금강 세종보 해체·공주보 부분해체, 영산강 죽산보 해체’를 결정하면서 제시한 근거다. 2019년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했다지만, 보 개방 후 수질 개선과 관련해 녹조 감소 외에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마자’가 돌아오는 등 어류건강성지수가 좋아졌다는 정도만 예시했다. 수질이 나빠진 죽산보 해체에도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보 해체냐 개방이냐’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물관리위원회가 13년 해묵은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는커녕, 또다시 찬반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설 연휴 직전 금강 공주보 현장을 찾았을 때 그런 직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겨울철 갈수기이긴 해도 수문 3개를 활짝 열어놓은 탓에 공주보 수위(水位)는 사람 허리 높이도 안 돼 보였다. 2017년 하반기 평균 수위 8.5m였던 공주보의 풍부한 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고정보 앞에 넓게 형성된 모래톱이 강바닥을 드러낸 듯했다. 보 인근엔 각종 주민단체 명의의 ‘해체 반대’ 현수막 10여 개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수질과 생태보호 같은 환경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근 유역 농민과 홍수 등 재난에 노출될 수 있는 주민에게는 보 철거가 생업과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강과 함께 지하수 수위도 내려가면서 당장 공주보 일대 지하수 수막재배(겨울철 보온재배법) 농가와 축산 농가에 ‘물 부족 비상등’이 켜졌다. 공주시 쌍신동의 파 재배 농가들이 지하수 고갈로 농사를 포기하고 땅을 다른 용도로 돌렸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장인 이계주 공주시쌀전업농연합회장은 “유명한 ‘우성목천 오이’도 물이 모자라 재배를 못 할 지경”이라며 “정부가 더 깊이 관정을 파주더라도 이웃 농가의 얕은 지하수 관정을 마르게 해 농민끼리 싸움을 벌일 판”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8~30m만 뚫어도 지하수가 콸콸 쏟아졌던 곳이 보 개방 뒤에는 150m까지 들어가는 중형 관정을 뚫어야 한다. 윤응진 공주시 평목리 이장은 “중형 관정이 고장 나면 크레인 기사를 불러서 고쳐야 하는 등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고 했다.

농민뿐만 아니다. 금강의 어민 10여 명도 줄어든 수량으로 정부에 어업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공주보 인근 도선사업자들도 배를 못 띄워 수입 격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하수 부족으로 농민끼리 싸움 날 판
‘4대강 재(再)자연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 하반기 4대강 보 16개 중 8개를 완전 개방하며 수질과 생태계 변화를 살피기 시작했다. 보 해체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물이용(利水) 측면은 소홀히 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많다. 2019년 4대강조사·평가위는 보 해체 시 ‘물 활용 감소에 따른 불(不)편익’을 죽산보(47억9000만원)만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보는 모두 ‘0원’으로 평가했다. 지하수가 영향받는 구간을 보의 좌우 양안으로부터 500m 내 농지로 한정하는 바람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오동호 공주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그러나 “쌍신동은 강에서 1~1.5㎞, 목천오이 작목반과 축산단지도 3~4㎞씩 떨어져 있는데, 벌써부터 물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강의 3개 보를 다 철거하면 수(水)면적이 3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무시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짜 관정’ 욕심에 피해 과장 지적도
일각에선 피해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관정을 공짜(정부 지원)로 하나 더 확보하려고 물 부족 핑계를 대는 농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보 해체에 찬성하는 공주보진실대책위원회의 서봉균 사무국장은 “공주보 주변에서 지하수 관정으로 농사짓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하지만 하류 쪽 백제보 인근에는 자양뜰 같은 넓은 농토와 농민들이 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백제보에선 농민들의 ‘해체 반대’ 정서가 강했고, 금강에서 유일하게 ‘상시 개방’ 결정이 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체 찬성 주민들은 보 철거로 강물이 깨끗해지면 더 좋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지 않으냐는 주장도 편다. 서 국장은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 가뭄 피해를 막는 데 대해서도 “악화된 수질 때문에 예당저수지 등의 수생태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장규호의 현장] 말라붙은 금강 물에 農心 애타는데…'답정너'식 보 해체

‘보 개방→수질 개선?’ 논란은 여전
이처럼 4대강 보 해체와 ‘자연성 회복’을 주장하는 측은 보 건설 이후 수질이 나빠졌고, 보 수문을 열면서 수생태가 회복됐다고 강조한다. 4대강조사·평가위 자료에 따르면 ‘녹조 발생 빈도’ ‘클로로필a(엽록소)’ ‘저층 빈산소 빈도(산소 부족 현상)’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퇴적물오염도’ 등 5개 지표로 평가한 수질은 보를 가뒀을 때보다 개방한 뒤에 개선(세종보, 공주보, 영산강 승촌보)됐거나 비슷한 수준(백제보, 죽산보)이었다. 그러나 통상적인 수질 평가지표인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TP(인 함량)’ ‘TN(질소 함량)’ ‘SS(부유 물질)’를 기준에서 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박승환 4대강국민연합 사무총장은 “금강·영산강 보들의 개방 이후 수질 개선 결과를 보여주려고 지표를 임의로 바꿨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보 개방 뒤 수질 개선’ 주장의 핵심인 COD는 세종보와 공주보에서 미미하게 개선됐지만, 나머지 3개 보에선 오히려 악화됐다. 보 개방 이후 연도별로 COD 값이 심하게 등락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수질 모니터링을 몇 년간 더 해보고 좀 더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한 뒤, 보 처리 방안을 정해야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수예방·자전거길 미래도 불투명
보를 해체할 경우 홍수 피해는 어떡하냐는 우려도 있다. 물론 4대강 보가 완공된 2012년 이후 전국적으로 호우 건수가 적어 보 건설이 홍수 피해를 막았다는 근거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반대로 큰 홍수가 없어 보의 치수(治水) 순기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4대강 사업의 홍수피해 예방효과는 0원’이란 감사원 감사 결과(2018년)가 그런 예다.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비가 많이 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치수 기능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총연장 1757㎞에 이르는 ‘4대강 자전거길’ 같은 수변공간은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데, 수량 감소 이후 어떤 미래를 맞을지 의문이다.

4대강조사·평가위에 따르면 이 모든 검토 사항을 종합해도 세종보(2.92)와 공주보(1.08), 죽산보(2.54) 해체의 비용편익분석은 모두 1을 초과했다. 3개 보를 짓는 데 5000억원 넘게 들었고 다시 부수는 데 8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수질, 생태, 유지관리비 절감에 물이용대책 비용까지 감안해도 보 해체의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이란 수자원을 적정하게 이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둬야 한다는 환경 근본주의적 발상이 4대강 보 해체와 재자연화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환경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정부가 기울여야 하는데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2019년 공주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 유지 및 수문 개방’(53.6%)과 ‘보 유지 및 수문 닫기’(21.2%) 의견이 다수였다. 일단 보를 부수지 말고 유지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4대강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정권마다 뒤바뀐 4대강 운명
10여 년째 보 놓고 갈등…다음 정부까지 이어질 듯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에 건립된 보(洑)는 모두 16개다. 낙동강에만 8개, 한강과 금강에 각 3개, 영산강에 2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방향을 튼 것이 ‘4대강 사업’이다.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생태 복원, 복합 문화공간 조성 등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찬반양론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충돌했다.

2012년 완공된 4대강 사업은 단기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핫이슈였다. 감사원 감사만 네 차례 실시됐다. 준설계획의 타당성, 수질관리 적정성, 시공업체 담합 여부, 홍수 예방 효과 등을 광범위하게 들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재(再)자연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권하자마자 6개 보의 상시 개방을 지시했다. 지금은 8개 보가 수문을 열고 수질 등을 측정하고 있다.

당초 낙동강 등의 보 처리 방안도 순차적으로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유역 농민들의 농업용수 고갈 우려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만만한 금강과 영산강 보만 해체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해체 결정이 난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 모두 구체적 시기는 환경부가 지역 여건과 주민 여론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했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으니 임기 내 가시적 성과는 보여줘야겠고, 지역민의 반대를 외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서 나온 결정이다.

시기 확정조차 쉽지 않아 최종 실행은 차기 정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 갈등을 정부가 적극 조정하기는커녕 정권마다 진영 논리에 갇혀 오락가락하는 사이 갈등 비용과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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