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희망고문'만 하는 '2·4 공급 대책'
정부의 ‘2·4 공급 대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32만3000가구, 전국 83만6000가구’라는 초대형 주택 공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업지는 한 곳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개발의 경우 주민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급 물량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 역시 무주택자들을 ‘희망고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 대책은 크게 공공 주도 개발과 신규택지 개발로 나뉜다. 전국 83만6000가구 중 신규택지 물량은 26만3000가구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 주도 개발은 물론 신규택지 후보지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공공 주도 개발의 경우 이제부터 신청을 받아야 하고, 신규택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공공 주도 개발은 이번 공급 물량의 6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서울은 대부분 공공 주도 개발로 공급 목표를 채우는 것으로 돼 있다.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로 9만3000가구, 역세권·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하는 방식으로 11만7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 3분의 2에게 동의를 받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번 대책을 두고 ‘상상임신’ ‘공염불’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결국 주민 동의가 관건인데, 공공 주도 개발이 토지수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사업 후보지 주민들은 벌써부터 반감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있던 조합을 해산하고 공공에 전권을 위임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2년 실거주 의무 제외 등의 ‘당근’을 제시했지만 강남 등의 재건축 단지 반응도 냉랭하기만 하다. 이미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공공을 끌어들여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등을 돌릴 경우 서울 32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에서도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후보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공공재개발은 발표된 후보지에서 “사업성이 없다”며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4 대책 전까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다. 정부 말 믿고 집을 판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됐다는 조롱을 받았다. 임대사업자에게 준 혜택을 하루아침에 몰수하고 규제 철퇴까지 내렸다. 이런 정부를 믿고 전 재산일 수도 있는 집을 쉽게 개발해달라고 맡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신뢰를 잃은 정부가 신뢰가 없으면 실현 불가능한 대책을 내놓는 ‘무리수’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