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투쟁’을 구호로 내건 양경수 후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새 위원장에 뽑혔다. 비정규직 출신 첫 위원장인 데다, 하청업체의 독자 파업을 성사시키고 고공농성으로 정규직 전환을 따내는 등 ‘투쟁이력’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이끌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이념적 지향도 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당선 일성이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내년 1월부터인 3년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강경투쟁부터 선언한 셈이다. “오직 투쟁을 근본으로 삼는 노동운동이 왔음을 주지하라” “그간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잊어라”라는 발언은 노동운동의 시곗바늘을 1987년으로 되돌릴 태세다. ‘내년 11월의 역사적인 총파업 준비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초유의 ‘예고 파업’도 선언했다. 앞으로 행보를 두고봐야겠지만 정부와 경영계를 제압해야 할 적(敵)으로 대하는 비타협적 노사관이 적나라하다.

이미 국정에 깊숙이 참여 중인 ‘최대 노조단체’에 초강경파 지도부가 등장하는 것은 코로나 위기로 신음하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 요구에 따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노조 관련법을 친(親)노조 일변도로 밀어붙인 게 한 달도 채 안 된다. 당분간은 자제하는 게 상식일 텐데, 한술 더 떠 총파업 카드로 위협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정부가 거대 노조의 눈치를 살피며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밀면 밀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책임이 크다.

선거를 거치며 민노총의 정치집단화가 가속화되는 점도 우려스럽다. 새 위원장은 “100만 조합원의 힘으로 투쟁해 노동자 의제로 대선판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골적인 정치투쟁 구상이 실현된다면 민노총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한 자락 인내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세 차례나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도 받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격언처럼 내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합리·상식과는 더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 노사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묻지마 투쟁’으로 치닫는다면 스스로 ‘노동 적폐’임을 인증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