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등 금융권의 급격한 대출 중단과 내입(內入·신용대출 연장 시 10~20% 상환 요구)이 이어지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급전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절벽’은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극심하다. 신용 및 마이너스통장 신규대출 중단은 물론, 대출한도를 1억원씩 줄이기도 한다. 대출금리 역시 오르는 추세인 데다 대환대출도 어려워졌다.

대출 문턱이 갑자기 높아진 것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금융권의 대출 억제를 사실상 지시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전문직과 고소득자 대출만 줄인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은행마다 신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연장, 대환 등을 모두 까다롭게 다루면서 연말연시 돈을 끌어써야 하는 서민들은 난감한 처지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과감한 대출을 주문하던 금융당국이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강도도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는 고소득자만 영향받는다, 풍선효과 없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허언이 되고 말았다.

급격한 대출 규제가 위험한 것은 그 피해가 경제약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과 내수 침체로 하루하루가 힘겨운 자영업자들이 은행 돈을 융통해 버텨왔는데 이제는 두 손 들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보험·신용카드·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면 저(低)신용자들은 제도권 밖 사채시장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코로나 지원금을 뿌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운 이들의 돈줄을 죄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차 대출의 비대면 비중을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1차 소상공인 대출금도 개인 대출한도에 포함돼 2차 대출 자체를 신청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불안을 ‘투기꾼’ 탓만 하며 대출 억제 등에만 골몰하다 보니 정작 투기와 무관한 서민들까지 애꿎은 유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재확산 위기 앞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이 급작스런 대출 절벽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금융지원을 면밀히 체크하고 부작용을 줄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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