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민간 방역을 許하라
소규모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의식주 가운데 식(食)을 선호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안 먹고 살 수는 없다는 상식 때문이다. 코로나는 이 상식도 깨뜨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먹고 마시는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식당은 오후 9시를 넘길 수 없고 커피숍은 사가는 것만 허용된다.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소위 유흥시설 5종은 이미 2단계에 영업 금지됐다. 먹는 장사뿐만 아니다. 서민창업이 대부분인 노래방 당구장 헬스장 탁구장 스크린골프장도 문을 닫았다. 사실상 서민경제가 ‘올스톱’이다. 3주라지만 한계상황에 놓인 업주가 망하고 직원이 일자리를 잃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타격은 종교계도 크다. 종교활동이 비대면 20명 이내로 제한되니 성탄절에 기독교인들은 갈 교회가 없다.

방역 드라이브에 경제 고사 위기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나눠야 할 시점이다. 현대 사회는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규모로 커졌다. 또 이미 정부 주도 방역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정말 필요한 곳은 방역을 더 강화하고, 필요하지 않은 곳은 건너뛸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정부 방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주말에 에스컬레이터까지 붐비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는가 하면 평일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커피숍도 있다. 그런데 커피숍만 규제한다니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바이러스 등에 대한 소독 조치가 충분하고, 출입하는 사람과 종업원들이 최근 수일 내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안전한 공간’으로 인정해주는 방법은 어떤가. 실제 해당 기술은 이미 국내에 상용화돼 있다. 대신 그 장소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면 폐쇄 기간을 좀 더 길게 적용해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해당 업체들도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다.

민간은 이미 스스로들 움직이고 있다. 소독을 포함한 방역 서비스를 해주면서 자체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업체도 늘고 있다. 기독교계는 ‘교회 자가 방역 인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노력을 정부가 인정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다.

민간 책임 '안전 공간' 만들자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시범사업을 전개해 ‘검증된 안전 공간(secured safety zone)’을 지정해줄 수 있다면 정부의 짐도 덜고, 실제적인 방역 효과도 높이고, 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한 정재우 대한민국성장포럼 사무총장(전 지식경영학회장)은 “‘P(private:민간)방역’ 선도사례를 만들면 ‘안전공간’이라는 새로운 업역을 개척할 수 있다”며 “K방역이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염병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퇴치법을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에선 1832년 콜레라가 발생한 뒤 4~5년마다 런던에서 1만~2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 원인이 ‘물’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20여 년이 걸렸다. 영국 정부는 그것도 모르고 생활쓰레기와 가축분뇨 등을 템스강에 버리도록 하는 최악의 조치를 취했었다(스티븐 존슨, ‘감염 도시’).

지금이야 바이러스 원인도 알고 어제 영국을 시작으로 백신접종까지 시작했다. 곧 치료제가 나오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기를 잡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방역과 경제의 균형 잡힌 발전이다. 민간에 책임과 권한을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가 살아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