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선물시장에서 주요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위기론’이 또 대두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 선물(2021년 1월 인도분)이 2016년 7월 이후 최고가에 달한 것을 비롯해 밀과 옥수수도 최근 6개월간 31%, 20% 급등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유엔곡물가격지수도 2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FAO의 코로나발 식량대란 예고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전망이 국제 곡물값 상승세를 부추길 공산도 크지만, 어떻든 식량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국가·지역 간 생산인력 이동제한, 물류와 운송 차질 등이 최근 곡물가격 급등의 주 요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기후온난화와 각국의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생산량이 들쭉날쭉해진 것도 몇 년째 계속돼 왔다. 식량자급률이 45.8%(2019년)로 떨어진 한국 처지에서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자급률이 훨씬 더 낮은 에너지 확보 문제와 더불어 우리의 경제발전과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국내 쌀생산은 52년 만에 가장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350만7000t으로 지난해보다 6.4%, 평년보다 12.6%나 줄었다. 쌀생산은 적어도 문제, 과해도 ‘골칫거리’이지만 최근의 쌀값 급등이 수급불안 때문이라는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식량자원 ‘조달루트’를 확고히 하면서 농업혁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은 곡물 생산국들의 수출제한과 투기세력의 사재기 등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중장기 근본대책은 농업의 대혁신이다. 쌀 중심, 소규모, 보조금의존 농업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으면서 자본과 첨단기술 유입까지 원천 차단하는 ‘전통 농업 보호규제’는 확 풀 때도 됐다.

육종이나 국제유통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다면 ‘한국판 카길’ 육성 전략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국내 기업들도 있는 만큼 규제만 풀어도 성과는 나올 것이다. 농림수산업은 1차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과 3차 유통·서비스업과 융합하면 ‘6차 산업’이 된다. 정부도 과거 그런 기치를 내건 적이 있다. 소수 농민을 위한 재정지원과 과보호에서 벗어나 혁신적 6차 산업의 길로 제대로 들어서야 식량위기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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