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보의 우리금융 매각 딜레마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저희가 해명자료를 내려고 합니다.”

지난 7일 퇴근 무렵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예보가 우리금융 주식 매각을 4년 만에 재개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가판 신문에 막 실린 참이었다. 우리금융 주가가 8000원대로 낮은 수준인데도 매각 작업을 시작한 것을 둘러싼 가격 논란을 예보가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한 기사 내용을 문제 삼는 전화였다.

예보 담당자는 “올해 중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지난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결정했기 때문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했지만 싸게 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주 초기를 제외하면 우리금융 주식을 주당 1만원 아래에 판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설명은 사실이었다. 정부는 2002년 공모 때, 그리고 2004년 일부 지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때 각각 주당 6800원과 7200원에 이 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한 적이 있지만 이후 적용된 단가는 모두 1만원을 넘었다. 원금을 100% 회수하기 위해선 잔여지분을 주당 1만2300원에 팔아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문제는 시간 가치다. 지난 16년 동안의 이자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원금 회수)’를 추구한다는 전략에는 16년 동안 이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투입된 공무원, 무수한 회의, 매각을 시도하는 데 들어간 직·간접 비용 등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이 구조는 지난 20년간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고위직에 가려면 정치권에 줄을 대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가장 큰 비용을 치른 부분이다.

증시에서 은행주가 저평가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작년 초 우리금융 재상장 후 주가가 한때 1만6000원까지 간 적도 있지만 이후엔 쭉 내리막을 탔다. 물론 주가가 반등하기를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판다’는 구상과 ‘언제까지 판다’는 약속 간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주당 8000원대에 살 수 있는 주식을 아무 이유 없이 주당 1만원이나 1만2300원에 살 바보가 있느냐고 찾는 일은 ‘파는 시늉’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시가보다 2억원 높게 집을 내놓고 “팔고 있다”고 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이 지난주 낮은 주가에도 불구하고 신주 유상증자를 결정해 투자자를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간과 공공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사 말미에 예보의 입장을 반영한 때문인지 해명자료는 이튿날에도 나오지 않았다. 매각을 추진하는 마당에 ‘싸게 팔 생각은 없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기도 계면쩍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