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상식의 대변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제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부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교조가 ‘합법 노조’는 아니지만 ‘법외노조 통보’ 조치는 위법이라는 모순적인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법조계에선 ‘법리만 놓고 보면 1, 2심을 뒤집을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도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원으로 제한한다. 이들 조항이 위법이라는 전교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2015년 ‘8 대 1’의 압도적인 표결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가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제’와 사실상 동일하다며 2014년과 2016년의 1, 2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교원노조법 시행령을 문제 삼았다. ‘법외노조 통보’는 너무 중요해서 법률로 직접 규율할 사항, 즉 ‘법률유보사항’임에도 시행령에 근거해 통보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형식논리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법률유보사항은 국민의 기본권 규정에만 해당하고 근로권 등은 기본원칙만 법률로 정한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견해다. 법률상 ‘노조 인정 요건’을 충족 못 한 노조에 위반을 통보한 것은 새로운 권리의무를 부과한 조치가 아니며 법률준수를 강제한 자연스런 행정처분일 뿐이다. 그런데도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위법 판정을 내린 것은 법적 안정성의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은 교원이 ‘핵심적 공공서비스 종사자’라는 특수성도 간과하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 교원은 전쟁 중에도 병역 대신 교육에 종사시킬 만큼 ‘공공인’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일반 근로자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정당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노조가 아닌 전교조가 ‘여전히 합법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해괴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렇잖아도 은수미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의 이념적 경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된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그런 심증을 확신으로 바꾸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권이 바뀌고 대법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불과 몇 년 새 정반대 판결이 나오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