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가 닥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 위기가 언제,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쉽게 가늠이 안 된다. 위기상황이 장기·만성화하면서 ‘위기 피로감’이 생기고,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서는 ‘방향 상실감’도 없지 않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나라 안팎 온갖 장벽과 도전을 극복해내며 위기를 돌파해가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재정 퍼부을 궁리만 하는 정부와 크게 대비된다.

국내 제조업의 간판격인 ‘빅4 기업’의 영업실적과 시가총액의 변화(한경 8월 7일자 A1, 3면)는 위기국면에서 더 빛을 내고 있는 우리 기업의 역량과 근성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에 밀리지 않으면서 선전하고 있다. 유례없는 코로나 쇼크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이 적지 않지만, 이런 기업들의 분투로 우리 경제가 이 정도나마 유지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고 작은 수난을 겪으면서 체득한 ‘위기극복의 DNA’가 다시 한번 진가를 드러내는 셈이다.

세계 항공업계가 초토화된 와중에도 대한항공이 2분기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문자 그대로 ‘서프라이즈’다. 불과 넉 달 전, 전 직원이 6개월씩 순환 휴직을 발표해야 했던 기업이 여객이 없어 텅 빈 하늘길을 화물수송으로 버텨내며 허리띠를 죄어온 눈물겨운 결과다. 세계 메이저 항공사들이 조(兆) 단위 적자로 허우적대는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이에 비해 정부와 공공부문은 어떤가. 위기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마다 돈 퍼붓기 일색이다. 일시적 불경기든, 코로나발(發) 경제위기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고, 늘려야 할 부문도 있다. 그러나 안 그래도 500조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의 확장기조 속에 올 들어 세 차례나 편성한 6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가. 전 국민을 향한 현금 살포와 단기 알바 위주의 ‘관제일자리’에 돈을 쏟아부었을 뿐, 지출 구조조정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멀쩡하던 공기업까지 줄줄이 적자에 빠져들고 있다. 민간 기업을 이렇게 경영했다면 부도가 나도 여러 번 났을 것이다.

재정 문제만이 아니다. 3년 내내 헛발질인 부동산 정책부터 짝사랑에 빠진 듯한 남북관계까지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면서 기업 관련 정책에서는 ‘부실 정부’가 위기 극복에 피 말리는 기업을 때리는 이례적 상황이 계속된다. 지금 진정 개혁해야 할 대상이 정부인가, 기업인가.